바보천치

감기몸살로끙끙누운안해를대신하야

꾸덕해진떡가래를써는

한석봉아닌전석봉을자처하얏것다.

그것도일이라고손목이묵직하였다.

칼질이어찌나어설프고희한하였는지삐뚤빼뚤

바둑알만큼두껍다가

풀창같이얇기를반복하다가감이잡히면서

엄니외씨버선같이이쁘게모양이잡혀갈즈음

엄니가나오시더니자꾸딴소리만하시면서한석봉보다도

엄청잘써는자식의모습은도통모르시고

혈압약과치매약을달라고방문앞에서손을내미신다.

"애비야,나약다구."

"금새드셨굼서나우째그려셔유."

"내가먹었어?"

"야..지가금방물컵하구드렸굼서나."

"증신이이리읎어.흘,흘,흘"

거실에서끙끙거리면서떡첨을써느라용을쓰는

내게는아주관심도없으신지눈길도안주신다.

당신젊은시절

종가집이라손님이사나흘밀려들면서그상차림으로

해마다고생하시며떡첨을썰어대시던그옛날을아주잊으셨다.

그예끈썰기를마치고채반을찾아이쁘게뒷베란다에널어놓으니

안해가고맙다며칭찬을늘어놓는다.

이제내일이면떡국도끓일것이고

내가좋아하는떡볶이도만들어줄것이다.

그나저나초저녁잠이많으신엄니는주무시는것인가

방에서어린이만화를틀어놓으셨는지

엄청씨끄럽기에방문을열어보니벌써깊은잠에드셨다.

요강과방바닥을살펴드리고

티브이를꺼드리고나오면서엄니의고단했던젊으셨을적이생각났다.

뭐든지돌아서면잊으시는엄니의치매.

이젠조금있으면이못난자식조차잊으실까걱정된다.

고단했던시절다저리지나가고

조금좋은세상이도래하였건마는

이좋은시절하나누리지도못하시고

저물어가시는어머니의세월.

이젠무엇하나느끼시거나알아듣지를못하시고

식사욕심과맛난것만찾아바보천치가되신울엄니.

맨날하신말씀또반복하시고

뒷처리냄새조차맡질못하시고왕고집만나날이늘어가시는엄니.

떼쟁이에황소고집만부리시며

모든것이시들해져서

만사가귀찮아세상살기가힘에부치고괴롭다시는엄니.

어찌해드려야만하는것인지

알아듣지못하야목소리톤만높여가야하는자식된불충.

아무리생각해도낳아준은공을갚기는커녕

당신마음만자꾸거슬리는바보천치못난자식이되고야말았다.

당신이나나나서로간에바보천치자식에엄니로

마음만점차힘들고괴로워지니

회한가득이불효된마음을우짜면좋은가.

그래도여든여덟고단한세월을지나시며

내마음의기둥이신엄니.

방문을슬몃열고들어가

바보천치로변해가시는모습에

먹먹해지는마음으로

엄니머리결을가만쓰다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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