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향토성
그의데뷔작인<정주성>은백석의작품세계의근원이되는고향정주를배경으로한다.평안북도정주는백석에게중요한시적소재가됨과동시에고향이라는주제를이끌어낸곳이기도하다.1936년25세에시집『사슴』을통해발표한33편의초기시에서는고향에서볼수있는다양한인간군상과향토적소재,향토음식이자주등장한다.달밤에목매어죽은수절과부,신장님달련이라고하는가즈랑집할머니,찰쌀탁주,호박잎에싸오는붕어곰,콩가루차떡등이다.<여우난골族><모닥불>등과같은작품을보면고향의정겨움을느낄수있다.백석은산문으로시를풀어내고감정을직접적으로드러내지않는다.그의시가어린시절고향에서의추억을꺼내보는듯한느낌이드는것도이때문이다.토속어와방언을그대로사용하는것도특징이다.백석의시는한국인의삶의방식을표출하고전통적세계를시를통해보여주는역할을하며시어확대에기여한다는평가를받는다.
백석이활발히활동하던1930년대중반은모더니즘문학활동이가장활발하던시기였다.백석의시는당대시적흐름과는거리가있다.시인임화는『사슴』을통해발표한백석의시를시골뜨기의문학이라고혹평한바있다.1930년대모더니즘시인들은서구적인것을동경하고시인들은그들의작품속에서서구세계를표현하고자하였다.반면백석은시단의흐름에휩쓸리지않았다.토속적인시적대상의객관화와감정의절제를통해모더니즘의기법적특징을독창적으로보여주고있다.이렇게전통성과현대성을동시에보여주는백석의시를시인김기림은주책없는향토주의와는명료하게구별되는모더니티를품고있다고평가했다.
고향을떠나떠도는생활의시작
백석의아버지는조선일보사진부에서일했었고조선일보의초기운영자방응모와인연이깊었다.백석또한이런인연으로조선일보의후원을받아일본의청산학원에서영문학을공부하며유학생활을했다.졸업후시집조선일보에서2년동안기자로활동하고시집『사슴』을발간한백석은1936년,함흥영생고보에서영어교사로교편을잡는다.이무렵백석의시는기존의시와차이를보인다.고향을추억하며대상을객관적으로묘사하던초기시와는달리주관적이며낭만적인감정을드러내고자신를작품속에포함시킨다.변모하게된주된이유는연인자야와의만남이다.1936년가을,우연한자리에서만나게된백석과자야는급속도로가까워진다.자야라는애칭은백석이당시자야가읽던<당시선집>에나오는이백의시<자야오가>에서따와지어준것이다.
자야와만난지일년여가넘은1937년,백석은부모가정해준신부와결혼을한다.봉건적중매결혼을한백석은신부와초례만치르고자야곁으로돌아오지만자야는백석을떠나서울로내려간다.이후백석은자야를보기위해서울을찾는다.교사직을관두고서울에서<여성>지의편집일을맡기도한다.부모님의성화에못이겨다시한번다른여인과결혼을하지만백석은또다시자야곁으로돌아오게된다.이러한과정은백석에게큰고통이되었고자야를떠나만주에서떠돌이생활을하게된계기가된다.백석이자야와연을맺지못하고힘들어하는모습은1938년발표한<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통해엿볼수있다.이시를포함해백석의중기시는외롭고슬픈,때로는식민지지식인의고통이배여있는작품으로변모하게된다.
차가운북방의생활
만주에서백석은여러번직업을옮긴다.측량보조원,측량서기,세관원,심지어소작인생활까지한다.만주와신의주를거치며안정적이지못한생활을한백석은번뇌와괴로움을시를통해표현했다.<고향><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등의시에서는고향상실감을근원으로하여백석자신이느끼는외로움과쓸쓸함을직접적으로표현하고있다.<흰바람벽이있어>의백석은서늘한북방에서어머니와연인을생각하는모습이다.흰벽에스크린처럼투영된자신과사랑하는이들의모습을본다.고향을떠나적막한생활을이어나가는시인의우울한내면세계가잘드러나있다.함흥영생고보에서백석에게수업을들었던제자가이무렵백석을찾아갔을때그의모습은매우초라했다고전해진다.백석은식민지시대의지식인으로,조국과고향을떠난유랑객으로,사랑하는사람과헤어진사람으로북방에서힘겨운나날을보낸다.
분단이기록한백석
백석은일제치하에서도자유로운시창작활동을했고,카프로대표되는사회주의계열이나어떤시단의흐름에도휩쓸리지않는모습을보여줬다.반면분단이후의창작활동을살펴보면당과조국의이념에지지하는내용을담고있다.분단이후백석의행적과작품활동에대해자세하게알려진바는없다.다만<조선문학>을통해발표된창작시와번역시,아동문학평론을통해유추할뿐이다.백석은당에소속된준공무원시인으로서의전형적인활동을한듯하다.
고향을향하는백석의시선
어린시절서울을처음다녀온백석은"건건쩝쩔음한내음새나고저녁때같이서글픈거리"라고서울을표현했다.정주보다번화하고신문명이유입된서울을서글픈거리라고느낀백석의내면세계는1930년대,서구문명을좇는당대모더니즘시와는다른모습의시를창작하면서표현되었다.백석의이러한정신은새로운문명의홍수속에서도고향의내음이나는시를쓸수있었던밑바탕이되기도했다.그의작품에서는항상고향을향하는따뜻한,하지만쓸쓸한시선이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