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각시 오는 저녁
BY glassy777 ON 1. 25, 2012
박각시오는저녁
-백석-
당콩밥에가지냉국의저녁을먹고나서
바가지꽃하이얀지붕에박각시주락시붕붕날아오면
집은안팎문을휑하니열젖기고
인간들은모두뒷등성으로올라멍석자리를하고바람을쐬이는데
풀밭에는어느새하이얀대림질감들이한불널리고
돌우래며팟중이산옆이들썩하니울어댄다
이리하여하늘에별이잔콩마당같고
강낭밭에이슬이비오듯하는밤이된다
핵교에서돌아오니
엄니두안기시구집안에는파리날러댕기는소리만난다
요새는오전반이라일찍오는데두맨날집안엔아무두읎다
부엌에들어가작은가마솥위
하얀행주로솥뚜껑꼬다리를감아보리밥이이안에있으니먹으라는
엄니나름의표시를하신솥뚜껑을여니
내손이들어가기전에파리놈들이먼저냄새를맡구선에달겨든다
동부콩이숨숨들어간보리밥은내가젤로좋아하는밥이다
동부를햇볕에바짝말렸다가는불쿼서밥을할때쌀을앉히는정가운테
손아귀반움큼을쥔동부콩을놓고솥뚜껑을닫으시는엄니옆에
부지깽이로나무잔가지를고쿠락안으로들이밀고
똬리를엉딩이에깔구앉아불국발국활활타는불길을
일렁일렁바라보고앉았는데자꾸만오줌이마려웠다
그나저나소반에묵은짠지를얹어안채샘두레박으로길어올린
찬우물물에다동부콩밥덩이를사발에틈벙,물을부었다
동부콩쭉쟁이두어알갱이가사기밥그릇위로동동뜨고나면
놋숫가락한가득밥알갱이를떠올리면물반보리알갱이반이
후두둑,소반아래마루바닥으로흩어졌다
마당에닭들이봉당아래까지몰려와밥먹는나를디룩띠룩바라보며
밥알갱이몇알을던져주길기다리는것이었다
마루에흘린밥알갱이를집어서맨날아침달걀을낳아서
할아부지진지상장투가리에달걀찜을보태주는암탉에게던져주었다
대문바깥마당거름자리에서송삼이일꾼아저씨가지게소쿠리가득
거름을지고선에강남머루밭으루내가시는데
아까봉당앞으로가득몰려들던닭들이오로로,몰려들어
쇠스랑으로찍어지게소쿠리에올릴적에드러나는지링이들을
부리로쪼아서이리저리흔들다가마당구팅이답사리그늘아래로가지고가선에
한번찍구앞산을바라보구
두번찍구마당안채를바라보다가는닭대가리를하늘쪽으로들고
목을길게빼더니만꿀꺽,삼키는것이었다
따라댕기던병아리들이에미암탉이이리저리돌아댕기는꽁무니를따라가다가
어느순간에에미닭이병아리들을데리구쏜살같이헛간멍석아래로달려가는것인데
그럴때면하늘높이에솔개한마리가가오리연같이높이떠서
초가지붕용마름너머에서빙빙원을그리는것이었다
집안은다시고요하고
마당으로쏟아지는봄볕은눈이아프도록눈부시구
나는인져부텀심심하기이를데가읎는것이었다
찬마루바닥에볼따구니를대구선에똥구녁높이들고엎어져
낮잠이나잘까아님핵교에서배운가갸거겨를마당에그리며
굉부나할까아님헛간베름빡에숯검댕이를주어다가그려볼까
잠시마당한가운데서서갸웃거리는데
갑자기부리한마리가날어들더니만마루기둥작은구멍으로쏙들어가는것이었다
집앞뒷문을활라당열어제끼구설라므네
안방한가운데손깍지를끼구누워보는데어디선가장구소리가둥다당!~뚱땅!
가느다랗게들려오는것이었다
저것이뭔소리인가귀를귀울여듣는데안방괘종시계가뎅뎅거리며훼방을놓는다
벌떡일어나마루에서서손바닥을모아귓바퀴에대고선에들으니
동네뒷동산높은봉우리쪽에서들려오는것이었다
마루밑으로기어들어간검정고무신을찾아신고안마당에서바깥마당으로뛰는데
돌맥끼에걸려배를깔구된통자빠졌다
무릎팍에서피가났지만그냥흙한움큼을발라버리고
뒷동산을넘어높은봉우리로치달렸다
머릿속에서는떡방앗간발동기돌아가는소리가나도록온힘을다해내달렸다
높은봉우리에는동네엄니들모두올라오셔서
멍석을깔아놓구장구치구덩실덩실춤사위를이쁘게놓으시는데
엄니두머리에흰수건을쓰구흰앞치마가봄바람에휘득휘득날리도록
멍석가생이를밟아동네엄니들과덩더꿍!~엉켜돌아가시는것이었다
바로아래지난겨울설해목으로쓰러진소낭구옆댕이바람읎는
옴팡진곳에는솥뚜껑엎어놓고지글지글화전을부치시는모양을바라보려니
고얀히나두신이나는것이었다
산장둥에지천으로깔린
진달래를따러휘젓고댕기다가어지럼증이올때까지
앞섶가득꽃이파리를담아오면
동네엄니덜이머리를쓰다듬어주는것이었다
화전서너개를입에물고산을내려올적에
오리나무위에앉아다가나를따라오며
이낭구저낭구로옮겨앉는산새소리가집울타리까지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