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의 여승 – 송춘희 –

여승(女僧)

-백석-

여승은합장을하고절을했다

가지취의내음새가났다

쓸쓸한낯이옛날같이늙었다

나는불경(佛經)처럼서러워졌다

평안도의어늬산깊은금덤판

나는파리한여인에게서옥수수를샀다

여인은나어린딸아이를때리며가을밤같이차게울었다

섶벌같이나아간지아비기다려십년이갔다
지아비는돌아오지않고
어린딸은도라지꽃이좋아돌무덤으로갔다


산꿩도설게울은슬픈날이있었다

산절의마당귀에여인의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같이떨어진날이있었다

이시는한여자의일생을보여주고있다.특히,일제강점기에살았던한여인의일생,가족구성원들이상실되면서일어나는삶의비애를종교적으로승화시키고있다.그가족은지아비와지어미그리고딸아이로구성되어있다.원래농사일을했을법한지아비는광부가되어집을나가고,아내는남편을찾아금점판을돌며옥수수행상을하고,그고생에못이기어딸은죽어돌무덤에묻히고,자신은산속절간에서삭발을하여여승이되었다.


절제된시어와직유의표현기법으로일제강점기의민족현실을전형적으로드러내고있다.’섶벌’처럼일터를찾아나간지아비,’가을밤같이차게’울면서자식을때리는어미,’도라지꽃이좋아돌무덤으로’간어린딸,온가족을잃고여승이될수밖에없었던한여인–산꿩의울음이곧여인의울음이요,여인의머리오리가곧눈물인것이다.

이여인의삶의역정을생각하면서화자는불경처럼서러워한다.이시는사회적현실을사실적으로반영한리얼리즘시의대표작이라고할수있겠다.

-출처:송자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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