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전상서

1912년과

2012년의그세월이

어느덧일세기가흘러갔습니다.

이제사백석님과

저와의인연이일세기시공을넘어서

이렇듯만나게되었습니다.

구만리변방

어느처마아래에서

손깍지를끼고누워쓰신詩.

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어느사이에나는아내도없고,또,

아내와같이살던집도없어지고,

그리고살뜰한부모며동생들과도멀리떨어져서,

그어느바람세인쓸쓸한거리끝에헤매이었다.

바로날도저물어서,

바람은더욱세게불고,추위는점점더해오는데,

나는어느목수네집헌삿을깐,

한방에들어서쥔을붙이었다.

이리하여나는이습내나는춥고,누긋한방에서,

낮이나밤이나나는나혼자도너무많은것같이생각하며,

딜옹배기에북덕불이라도담겨오면,

이것을안고손을쬐며재우에뜻없이글자를쓰기도하며,

또문밖에나가지두않구자리에누워서,

머리에손깍지베개를하고굴기도하면서,

이제껏살아온제생애를

저밑둥부터뿌리째흔들어놓고야말았습니다.

자야를그리워하며

구만리먼만주땅에서돌아오지못하는심사.

고향을향한마음의싯구에서

언제나따스하면서초라한

쓸쓸한심사.

소주잔을홀로기울이며

그그리움에

또는망향으로철철히흘렸을

백석님의눈물을생각하며

이렇게시인의심중으로獨酒를마십니다.

그러나잠시뒤에나는고개를들어,

허연문창을바라보든가또눈을떠서

높은천장을쳐다보는것인데,

이때나는내뜻이며힘으로,

나를이끌어가는것이힘든일인것을생각하고,

이것들보다더크고,높은것이있어서,

나를마음대로굴려가는것을생각하는것인데,

이렇게하여여러날이지나는동안에,

내어지러운마음에는슬픔이며,한탄이며,

가라앉을것은차츰앙금이되어가라앉고,

제마음은항상

저눈보라치는북간도변방을헤매돌고있습니다.

살뜰한자식들과멀리떨어져서

정신줄을놓고살아가시는

바보천치내어머니.

그리고천리밖멀리로떨어져

명절에도오가지못하고

이내소식도없이지내는세월.

점차세상을살아가는재미가

하나도없어진세월.

이내모든심사

구구절절백석님당신의마음입니다.

나는내슬픔이며어리석음이며를소처럼연하여

새김질하는것이었다.

내가슴이꽉메어올적이며,

내눈에뜨거운것이핑괴일적이며,

또내스스로화끈낯이붉도록부끄러울적이며,

나는내슬픔과어리석음에눌리어

죽을수밖에없는것을느끼는것이었다.

맑고순수한

多情함으로는

이거칠고녹록치않은삶의괴리감과

천진무구한마음으로한세상을살아낸다는것에대한悲哀.

그처량하고도슬픈마음으로

쓸쓸한변방에서쓰시는시에는

언제나진득한가난과고난이배어있습니다.

일세기가지나도

가시질않는백석님의싯구를

눈부시게밝은햇볕아래서읽다가

이제는차마낮에읽질못하고

어스름녘부터암송하며밤마다뒤척이는세월이

하루

일주일

한달하고열사흘입니다.

외로운생각만이드는때쯤해서는,

더러나줏손에쌀랑쌀랑싸락눈이와서

문창을치기도하는때도있는데,

나는이런저녁에는화로를더욱다가끼며,

무릎을꿇어보며,

어느먼산뒷옆에바우섶에따로외로이서서,

어두워오는데하이야니눈을맞을,그마른잎새에는,

쌀랑쌀랑소리도나며눈을맞을,

그드물다는굳고정한갈매나무라는

나무를생각하는것이었다.

당신의시가먼옛날에는그저그렇게스치듯읽혀졌습니다.

하지만나이가농익어가면서

삶이무엇인지를알아가면서

고난이무엇인지깨달으면서

이별과쓸쓸함을알아가면서

문학으로읽히던시가

지나온내삶의

구비구비마다에박혀

싯구마다에놀란가슴이

슬픔이되었습니다.

나는내슬픔이며어리석음이며를소처럼연하여

새김질하는것이었다.

내가슴이꽉메어올적이며,

내눈에뜨거운것이핑괴일적이며,

소주잔을홀로기울이며

그그리움에

또는망향으로철철히흘리셨을

백석님의눈물을생각하며

이렇게시인의심중으로

다시또獨酒를마주하는저녁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