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가는 길

광원(廣原)

-백석-

흙꽃니는이름봄의무연한벌을

경편철도(輕便鐵道)가노새의맘을먹고지나간다

멀리바다가뵈이는

가정거장(假停車場)도없는벌판에서

차는머물고

젊은새악시둘이나린다

내가이렇게외면하고거리를걸어가는것은

잠풍날씨가너무나좋은탓이고

가난한동무가새구두를신고지나간탓이고

언제나꼭같은넥타이를매고

고운사람을사랑하는탓이다

-백석-

백석시인의시에몰입

無我로지낸몇몇날

훌쩍동해로떠나묵호로향하였다

이렇게라도하지않으면

이겨울을보내지못할것만같아

안해와함께떠난여행

묵호로가는길에서

막횡계를지나고있었다

차디찬아침인데
묘향산행승합자동차는텅하니비어서
나이어린계집아이하나가오른다.

옛말속같이진진초록새저고리를입고
손잔등이밭고랑처럼몹시도터졌다.

계집아이는자성(慈城)으로간다고하는데
자성은예서삼백오십리묘향산백오십리
묘향산어디메서삼촌이산다고한다.

새하얗게얼은자동차유리창밖에
내지인(內地人)주재소장(駐在所長)같은

어른과어린아이둘이내임을낸다.

계집아이는운다,

느끼며운다.

텅비인차안한구석에서

어느한사람도눈을씻는다.

계집아이는몇해고내지인주재소장집에서
밥을짓고걸레를치고아이보개를하면서
이렇게추운아침에도손이꽁꽁얼어서
찬물에걸레를쳤을것이다.

-백석-

지난젊은날에즐겨듣던

CD를걸어두고

대관령을넘으면서듣고또들었다

오늘저녁이좁다란방의흰바람벽에

어쩐지쓸쓸한것만이오고간다

이흰바람벽에

희미한십오촉전등이지치운불빛을내어던지고

때글은다낡은무명샤쯔가어두운그림자를쉬이고

그리고또달디단따끈한감주나한잔먹고싶다고생각하는

내가지가지외로운생각이헤매인다

-백석-

나란누구인가

한국전쟁직후의세대로태어나

부모님을따라많은시련을넘고넘어

자신또한曲折과迂餘를겪어내며

꺾어지고넘어지며살아낸세월

이렇게많은날들을나는과연

잘살아왔던가를끊임없이뒤돌아보는길이었다

나의꼭하나즐거운꿈이였드니
어늬아침계집은
머리에무거운동이를이고
손에어린것의손을끌고
가펴러운언덕길을
숨이차서올라갔다
나는한종일서러웠다

-백석-

그길의자화상은

백석의시에모두녹아들어있었던것이었다

그것은자화상에다름아닌

내살아온人生

나를일컫는詩였던것이었다

어느낯선길모퉁이에서

길을잃고서성이던날들에서

어느골에들어길을잃고

하늘만바라보던날들에서

뼛속까지아파서

골수에사무치는날들에서

나는어디쯤에와있는것인가

산골집은대들보도

기둥도문살도자작나무다


밤이면캥캥여우가우는산(山)도자작나무다

그맛있는메밀국수를삶는장작도자작나무다


그리고감로(甘露)같이단샘이솟는

박우물도자작나무다

산(山)너머는평안도(平安道)땅도뵈인다는

이산(山)골은온통자작나무다

-백석-

바다로나아가

파도만끊임없이밀려오는

백사장에나앉아

넋없이지내온나날들

뭍으로올라

이제는

때묻은소매끝만내려다보는날들에서

백석의심중으로

젖어드는

인생의뒤안길

섭벌같이나아간지아비기다려십년(十年)이갔다

지아비는돌아오지않고
어린딸은도라지꽃이좋아돌무덤으로갔다

산(山)꿩도설게울은슳븐날이있었다

산(山)절의마당귀에여인(女人)의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같이떨어진날이있었다

-백석-

그런데이것은또어언일인가

이흰바람벽에

내가난한늙은어머니가있다

내가난한늙은어머니가

이렇게시퍼러둥둥하니추운날인데차디찬물에

손은담그고무이며배추를씻고있다

또내사랑하는사람이있다

-백석-

구마산의선창에선좋아하는사람이

울며내리는배에올라서오는물길이반날

갓나는고장은갓같기도하다

-백석-

내사랑하는어여쁜사람이

어늬먼앞대조용한개포가의나즈막한집에서

그의지아비와마조앉어대구국을끓여놓고저녁을먹는다

벌써어린것도생겨서옆에끼고저녁을먹는다

그런데또이즈막하야어늬사이엔가

이흰바람벽엔

내쓸쓸한얼굴을쳐다보며

이러한글자들이지나간다

—-나는이세상에서가난하고외롭고높고쓸쓸하니살어가도록태어났다

그리고이세상을살어가는데

내가슴은너무도많이뜨거운것으로호젓한것으로사랑으로슬픔으로가득찬다

-백석-

새끼오리도헌신짝도소똥도갓신창도

개니빠디도너울쪽도가락닢도

머리카락도헌겊조각도막대꼬치도

기와장도닭의깃도개터럭도타는모닥불

재당도초시도문장(문장)늙은이도

더부살이아이도새사위도갓사둔도

나그네도주인도할아버지도손자도붓장사도

땜쟁이도큰개도강아지도모두모닥불을쪼인다

모닥불은어려서우리할아버지가

어미아비없는서러운아이로불쌍하니도

몽둥발이가된슬픈역사가있다

-백석-

그리고이번에는나를위로하는듯이나를울력하는듯이

눈질을하며주먹질을하며이런글자들이지나간다

—-하늘이이세상을내일적에그가가장귀해하고사랑하는것들은모두

가난하고외롭고높고쓸쓸하니그리고언제나넘치는사랑과슬픔속에살도록만드신것이다

초생달과바구지꽃과짝새와당나귀가그러하듯이

그리고또프랑시쓰잼과도연명과라이넬마리아릴케가그러하듯이

-백석-

처마끝에명태를말린다

명태는꽁꽁얼었다

명태는길다랗고파리한물고긴데

꼬리에길다란고드름이달렸다

해는저물고날은다가고볕은서러웁게차갑다

나도길다랗고파리한명태다

문턱에꽁꽁얼어서

가슴에길다란고드름이달렸다

-백석-

통영장낫대들었다

갓한닢쓰고건시한접사고

홍공단댕기한감끊고술한병받어들고

화륜선만저보려선창갔다

오다가수내들어가는주막앞에

문둥이품파타령듣다가

열이레달이올라서

나룻배타고판데목지나간다간다

-백석-

바람부는해안선

그절벽위에앉아

가까스로날개를접는괭이갈매기

그고단한낼개끝에품어안은

바위같은세월

恨세상넘으며넘으며부르던

나의노래를묵호항펜션에들어

3절까지소리소리불러보았습니다

~~~바위고개언덕을

혼자넘자니

십여년간머슴살이

하도서러워

진달래꽃안고서눈물납니다~~

창가로수평선이가이없고

그위로외항선한척이소리없이

미끄러지듯남으로떠갑니다

장진(長津)땅이지붕넘어넘석하는거리다
자구나무같은것도있다
기장감주에기장차떡이흔한데다
이거리에산골사람이노루새끼를다리고왔다
산골사람은막베등거리막베잠방등에를입고
노루새끼를닮었다
노루새끼등을쓸며
터앞에당콩순을다먹었다하고
서른닷냥값을부른다
노루새끼는다문다문흰점이백이고배안의털을너슬너슬벗고
산골사람을닮었다

산골사람의손을핥으며
약자에쓴다는흥정소리를듣는듯이
새까만눈에하이얀것이가랑가랑하다

-백석-

여장을정리하고

너른백사장바람벽에서서

수평선부터끝없이밀려오는

높은파도를무연히바라봅니다

어디로갈바를몰라서성이는

발자욱마다에

서리서리서리는회한만쌓여

저무는저녁해에낡아갑니다

이렇게멀리묵호에서

더들어간백사장

망상해변까지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정든님소식몰라

한발두발한숨만나옵니다

해가진다

갈대는얼마아니하야잠이든다

물닭도쉬이어는낯설은논두렁에서돌아온다

바람이마을을오면그때우리는섧게늙음의이야기를편다

이몸의배딥매딥

잃어진사랑의허물자국

별많은어느밤강을날여간강다릿배의갈대피리

비오는어느아침나룻배나린길손의갈대지팽이

모두내사랑이었다

-백석-

백사장에찍힌수많은발자취

그자취마다에서려있는내인연들을

파도가밀려와지워놓고

수평선은저리펑펑웁니다

저녁해에기울어가는

산그림자도

바다를바라보며울고

나는

포효하듯울며

달겨드는파도를안고

바람벽해안선을넋없이걸어갑니다

저녁빛고즈넉한망상해변에서

해안선을하냥없이걷다가

내긴그림자가

갑자기서러워졌습니다

그곳에는

이제껏살아온반평생이

달포를암송해온

백석의詩에안겨서

펑펑울고있었습니다

바다

-백석-

바닷가에왔더니

바다와같이당신이생각만나는구려

바다와같이당신을사랑하고만싶구려

구붓하고모래톱을오르면

당신이앞선것만같구려

당신이뒤선것만같구려

그리고지중지중물가를거닐면

당신이이야기를하는것만같구려

당신이이야기를끊는것만같구려

바닷가는개지꽃에개지아니나오고

고기비늘에하이얀햇볕만쇠리쇠리하야

어쩐지쓸쓸만하구려섧기만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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