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풍날씨가너무나좋은탓이고
가난한동무가새구두를신고지나간탓이고
언제나꼭같은넥타이를매고
고운사람을사랑하는탓이다
-백석-
묘향산행승합자동차는텅하니비어서
나이어린계집아이하나가오른다.
옛말속같이진진초록새저고리를입고
계집아이는자성(慈城)으로간다고하는데
새하얗게얼은자동차유리창밖에 어른과어린아이둘이내임을낸다.
계집아이는운다, 느끼며운다.
텅비인차안한구석에서 어느한사람도눈을씻는다.
계집아이는몇해고내지인주재소장집에서
-백석-
손잔등이밭고랑처럼몹시도터졌다.
자성은예서삼백오십리묘향산백오십리
묘향산어디메서삼촌이산다고한다.
내지인(內地人)주재소장(駐在所長)같은
밥을짓고걸레를치고아이보개를하면서
이렇게추운아침에도손이꽁꽁얼어서
찬물에걸레를쳤을것이다.
나의꼭하나즐거운꿈이였드니
-백석-
어늬아침계집은
머리에무거운동이를이고
손에어린것의손을끌고
가펴러운언덕길을
숨이차서올라갔다
나는한종일서러웠다
산골집은대들보도
기둥도문살도자작나무다
밤이면캥캥여우가우는산(山)도자작나무다
그맛있는메밀국수를삶는장작도자작나무다 박우물도자작나무다
산(山)너머는평안도(平安道)땅도뵈인다는 이산(山)골은온통자작나무다
-백석-
그리고감로(甘露)같이단샘이솟는
섭벌같이나아간지아비기다려십년(十年)이갔다
지아비는돌아오지않고
어린딸은도라지꽃이좋아돌무덤으로갔다
산(山)꿩도설게울은슳븐날이있었다
산(山)절의마당귀에여인(女人)의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같이떨어진날이있었다
-백석-
구마산의선창에선좋아하는사람이
울며내리는배에올라서오는물길이반날
갓나는고장은갓같기도하다
-백석-
새끼오리도헌신짝도소똥도갓신창도
개니빠디도너울쪽도가락닢도
머리카락도헌겊조각도막대꼬치도
기와장도닭의깃도개터럭도타는모닥불
재당도초시도문장(문장)늙은이도
더부살이아이도새사위도갓사둔도
나그네도주인도할아버지도손자도붓장사도
땜쟁이도큰개도강아지도모두모닥불을쪼인다
모닥불은어려서우리할아버지가
어미아비없는서러운아이로불쌍하니도
몽둥발이가된슬픈역사가있다
-백석-
처마끝에명태를말린다
명태는꽁꽁얼었다
명태는길다랗고파리한물고긴데
꼬리에길다란고드름이달렸다
해는저물고날은다가고볕은서러웁게차갑다
나도길다랗고파리한명태다
문턱에꽁꽁얼어서
가슴에길다란고드름이달렸다
-백석-
장진(長津)땅이지붕넘어넘석하는거리다
자구나무같은것도있다
기장감주에기장차떡이흔한데다
이거리에산골사람이노루새끼를다리고왔다
산골사람은막베등거리막베잠방등에를입고
노루새끼를닮었다
노루새끼등을쓸며
터앞에당콩순을다먹었다하고
서른닷냥값을부른다
노루새끼는다문다문흰점이백이고배안의털을너슬너슬벗고
산골사람을닮었다
산골사람의손을핥으며
약자에쓴다는흥정소리를듣는듯이
새까만눈에하이얀것이가랑가랑하다
-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