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해변의 일출

맨먼저
나는수평선에눈을베었다
그리고워럭달려든파도에
귀를찢기고
그래도할말이있느냐고묻는다
그저바다만의세상하면서
당하고있었다
내눈이그렇게유쾌하게
베인적은없었다
내귀가그렇게유쾌하게
찢긴적은없었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심한날
제비처럼사투리로말한다
그러다가도해뜨는아침이면
말보다더쉬운
감탄사를쓴다
손을대면화끈달아오르는
감탄사를쓴다

오늘아침
하늘은기지갤펴고
바다는거울을닦는다
오늘낮
하늘은낮잠을자고
바다는손뼉을친다
오늘저녁
하늘은불을끄고
바다는이불을편다

아침여섯시
어느동쪽에도
그만한태양은솟은법인데
유독성산포에서만
해가솟는다고부산필거야

아침여섯시
태양은수만개
유독성산포에서만
해가솟는것으로착각하는것은
무슨이유인가
나와서해를보라
하나밖에없다고착각해온
해를보라

목마를때
바다는물이아니라
칼이다

목마를때
바다는물이아니라
양(量)이다

그릇밖에서출렁이는
서글픈아우성

목마를때
바다는물이아니라
갈증이다

가장살기좋은곳은
가장죽기도좋은곳
성산포에서는
생과사가손을놓지않아
서로떨어질수없다

성산포까지와서
자살한번못하고돌아오는비열
구기구기두었다가
휴지로쓸것인가

나는때어놓을수없는고독과함께
배에서내리자마자
방파제에앉아
술을마셨다
해삼한토막에
소주두잔
이죽일놈의고독은취하지않고
나만등대밑에서코를골았다

살아서무더웠던사람
죽어서시원하라고
산꼭대기에묻었다

살아서술좋아하던사람
죽어서바다에취하라고
섬꼭대기에묻었다

살아서가난했던사람
죽어서실컷먹으라고
보리밭에묻었다

살아서그리웠던사람
죽어서찾아가라고
짚신두짝놔두었다

저섬에서
한달만살자
저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살자
저섬에서
한달만
그리운것이
없어질때까지
뜬눈으로살자

날짐승도혼자살면
외로운것
바다도혼자살기싫어
퍽퍽넘어지며운다

큰산이밤이싫어
산짐승불러오듯
넓은바다도밤이싫어
이부자리를차내버린다

사슴이산속으로산속으로
밤을피해가듯
바다도물속으로물속으로
밤을피해간다

바람이우우몰려와
갈매기똥구멍에
바람을넣는다
갈매기들신이나서
물위를거닐다
물위를나르고
이번엔갈매기가
우우몰려가
바다에바람을넣는다

한여름땀을씻으며
일출봉에올라가
풀위에누웠는데
햇빛이벌떼처럼쏟아지더군
여기서누굴만날까
장미같은여인인가
가시찔린시인인가
그런것다코웃음치다가
내려오는데
신혼여행으로온한쌍의부부
셔터를눌러달라고하더군
그사람들지금쯤
일남일녀두었을거다
그사진은사진첩에묻어두고
이혼할때쯤되었을거다
이혼하거든여기서
바다랑살지
이혼하거든여기서
돌이랑살지
이혼하거든여기서
추억이랑살지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보아도
성산포하나다보지못하는눈

육십평생
두고두고사랑해도
다사랑하지못하고
또기다리는사람

파도는살아서살지못한것들의넋
파도는살아서피우지못한것들의꽃

지금은시새워할것도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살아있는사슴이여
지금사슴으로살아있는것은
얼마나행복하냐
꽃이여동백꽃이여
지금꽃으로살아있는것은
얼마나아름다우냐
사슴이산을떠나면무섭고
꽃이나무를떠나면서글픈데
물이여너물을떠나면
또무엇하느냐

저기저파도는사슴같은데
산을떠나매맞는것
저기저파도는꽃같은데
꽃밭을떠나시드는것

파도는살아서살지못한것들의넋
파도는살아서피우지못한것들의꽃

지금은시새움도없이말하나않지만

바다는
마을아이들의손을잡고
한나절을정신없이놀았다
아이들이손을놓고
돌아간뒤
바다는멍하니
마을을보고있었다
마을엔빨래가마르고
빈집개는
하품이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윤기가흐르고
저기여인과함께탄
버스엔
덜컹덜컹세월이흘렀다

모두막혀버렸구나
산은물이라막고
물은산이라막고

보고싶은것이
보이지않을때는
차라리눈을감자
눈을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사람이
와있는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타지않는
바다처럼보일거다
밤으로도지울수없는
그림자로태어나
바다로도닳지않는
진주로살거다

나는내일고향으로가는데
바다는못간다
먼산골에서이곳에온후
제아무리몸부림쳐도
바다는그대로제자리걸음
나는내일고향으로가는데
바다는못간다

저세상에가서도
바다에가자
바다가없으면
이세상다시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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