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여년을보아오신성경책이
하도너덜거리기에
정초에시간반을끙끙대며
이리저리보수를해드렸굼서나
그책이도통어디로갔다.
그래도한글을깨치신덕분에
큰소리로중얼중얼
펼쳐읽으시던
글자가왕별만큼큰성경책이었굼서나.
없어지는것은그뿐아니었으니
당신드시는치매약과혈압약등속을
엄니손을타지않게컴퓨터책상에
몰래넣어두고조석으로꺼내서
물컵을챙겨서드리는데
등산을다녀와보니
손이탔다.
애비야,매양이어지러워.
온통세상이빙빙도니.
원.
왜이러는지당체모르것어.
참이상도하지
인쟈엄니가팔십하구두여덟이라서
기운이없어서구런가벼유.
엄니방을정리해드리는데
그렇게감쪽같이없어졌던성경책이
책장구석뎅이에서나왔다.
이거왜이리쳐박아놨시유.
내가안그랬는데
그럼누가그랬을까유?
에이!~난안그랬어.
애비나에미는절대안그랬굼서나.
난몰러.
그럼예수님이그래셨지.뭐.
대보름
오곡에찰밥을잘드셨겠다.
저녁용약을챙겨드리려고서랍을여니
아뿔싸,약을도둑맞았다.
아들을당신용돈도둑으로몰더니만
엄니두약도둑이되신것이다.
매양이어지러워서빙빙돈다는것이
영양제보약인줄로아시고약을가져다가
두서너봉을한꺼번에드신것이다.
위험천만행동을보이시는
미운일곱살에다름아니시다.
엄니,클나유.
이거보약아니거덩유.
이거이렇게한꺼번에많이드시믄돌아가셔유.
내이야기는한마디도들으시려구않으시구
뭐라구하는것이싫으셔서왕삐치셨다.
언제나궁색하면하시는뻔한대답만건너온다.
아니,내가시방술을먹어
담배를먹어
노름을혀.
으이구~내가어여죽어야지.
왜오래살어가지구이러는지몰러.
설명절에손주며느리에아들한테
세뱃돈을받으시고
입이귀에걸리시더니만
이젠돈의용도를잊으셨다.
작년까지만해도돈이뭔지아시고
꼭꼭숨켜두시곤당신이못찾아
언제나나를용돈도둑으로누명을잘도씌우시더니만
이젠소변을지리신당신몸빼바지를
세탁기에싸다버리시며
자주용돈도함께버리신다.
이제는용돈도둑누명을벗으려고
엄니방을뒤지고자시고도없어졌다.
이젠멀리떨어진자식들도잊으시고
그렇게중히여기시던
돈마져도잊으셨다.
모든만사를모르쇠로일관하시는
엄니의표정은
저토끼저금통의모르쇠표정을닮아가신다.
엄니,지는또
엄니용돈도둑이돼설라므네
맨날맨날엄니한테혼나고싶구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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