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詩

다른여인에겐주지마셔요

-허난설헌-


아름다운비단한필곱게지녀왔어요

먼지를털어내면맑은윤이났었죠

한쌍의봉황새마주보게수놓으니

반짝이는무늬가그얼마나아름답던지

여러해장농속에간직해두었지만

오늘아침가시는길에드리옵니다

님의옷만드신다면아깝지않지만

다른여인의치마감으론주지마셔요

하늘거리는창가의난초

가지와잎그리도향그립더니

가을바람잎새에한번스치고가자

슬프게도찬서리에다시들었네

빼어난그모습은이울어져도

맑은향기만은끝내죽지않아

그모습보면서내마음이아파져

눈물이흘러옷소매를적시네

-허난설헌『감우(感遇)』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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