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에게

봄방학을맞이하면서

청주로출장을갔다가

그곳업무가다끝나갈즈음

자네의반가운목소리를들었네

반가움에먼길을

한달음에달려가는길

우여곡절을겪어내면서

가까스로지켜낸

자네의터전을보니

반갑기그지없네

이렇게오뚜기처럼다시일어서기까지

자네를옆에서안타깝게지켜보던

내심중을자네도알터

자네의손길이닿으면

이리또아름다운정물화로그려지는것을

하나씩바라보면서

면소재지로일을보러나간

자네를기다리네

우리살아가는일이

어쩌면저허공중에

집을짓는일인지도모르것네

자네와나

큰곡절을한둘씩은겪어내면서

이리중년의고개를

힘겹게넘어가네그려

오랜만의반가움으로

시작한긴긴이야기는

고등학교시절

우리의사춘기적청소년기에만남

그이야기부터되짚다가

문득

손을꼽아보니

어언사십년세월이지나갔네그려

나이가오십중반을넘어가면서도

자네청소년기의손재주와

오밀조밀한인테리어감각은

이리빛을발하네그려

이어떻게지켜낸

자네의

소중함이던고

언제나

변하지않을것만같은

나이보다십년아래쯤으로보이던

동안의자네얼굴

이젠60세쪽으로

나이의중심이

옮겨간다고

헛헛한웃음을지으면서

우리는친구이전에

서로에게산증인같은역사에다름아니네.

내가힘들면자네가위로해주었고

자네가힘든고개를넘을때

내가또자네를위로해주고다독였지않았는가

생각하니

참세월많이흘렀으이

실로오랜만에

조분자분많은이야기를

나눴네그려

이야기의결론은

건강

자네의

망가진心身을

다시금건강하게복원시켜준것은

매일같이뒷산에오른

산행이었다는증거

나이를먹어간다는것은

자연의품안으로

겸손하게드는일이었네

그것이세상의정한이치였네

내친김에뒷산앵자봉

높은봉우리를함께오르자는것으로

늦은점심을받았네

제수씨가뚝딱,차려내온

청국에된장을섞어

올갱이를넣어끓인뚝배기에

고등어조림상을받고

된장국이면석달열흘을견뎌낼식성인

나또한

앵자봉등산을위해

뚝딱,두그릇이나거뜬히비웠네

마당한켠에서

명견에게

집잘보라고

다정히말을건네고

등산화끈을조여매고

등산로를오르면서

염색으로새까맣게물들인

고통과스트레스로

온통백발이었던자네

뒷머리를바라보며오르네

이제는

이풍진세상에서

푹풍한설몰아치던

모진세월저리가고

이젠봄기운가득한길로

접어들은자네의건강한모습이

참기쁘이

인생의적설을견디지못하고

설해목으로

퍽퍽,쓰러지던길

밑둥까지

뿌리째뽑혀

철철히눈물짓던길

어허!~

그세월

이제쯤에는

저산잔등이에묻어둠세나

앞만바라보고

열심히살아낸세월이

등뒤로물러가네

우리의

힘겨운오십고개도

이리또지나갈것이러니

아득히

넘어온길

그리고또

허덕허덕넘어서갈

우리사는인생고개가

몇구비인지도대체모르것네

인생고갯마루에서

차마두고지나온인연들

그정든사람들이사는

산아래를내려다보려니

두고온인정들이

참아뜩하이

멀리남한강이내려다보이는구먼

맑은시계에서만보인다는

저남한강

저렇듯꽁꽁얼어붙어

어느봄날

어느시절에사

북한강과만나지는

두물머리로흘러들것인지모르것네

그저묵묵히

흐르는강물처럼살일이었네

산그림자어슬어슬

먼산이더욱멀기만하네

그래도

자네와나

꿋꿋하게살아감세나

우리에

굳은기상과

깊어지는의식이

간혹

세월에꺽이는날이

올지라도

다시일어나묵묵히걸어넘세나

우리의의식을길어올릴

그무엇이옴싹달싹못하게

얼어붙는날이또올지라도

우리서로훈김으로녹혀주는

굳은우정으로

그리살아감세나

서로다정하게

정성을기울여살아가세나

우리의세월은

저겨울빛오후녘일진데

강촌에들어

힘겨웠지만

푸르렀던세월

그아득한추억을되짚어가며

새삼우리의1976年을

되돌아보네

그동질감으로

이어온

우리의우정

지난모진세월

이제는

얼음장밑

속울음으로흘러가는강물이네

바람진

산능선으로

아무렇지도않은듯그늘져가는

산그림자이네

저얼어붙은

강건너

산그림자지는겨울山은

밤마다

강물이우는소리를

들을세

자네와

굳은악수를나누고

다시먼길을되짚어

저녁구름

아득히

멀어지는길을

넘어왔네

먼길

저녁산으로

자네와나의

오랜우정과같은

아뜩한황혼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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