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서정

산아래

돌각담장

그위

봄산에도

봄볕

돌담길을돌아서

봄산에오르면

멀리남녘에서오시는

봄님을만날수있을까나?

아직농사용비료도나오지않은

텅빈동네창고앞에

봄볕

이장님은요새통안보여

아마시집간딸네에

댕기러갔나벼

경로당문앞에놓인

지팡이와

할머니손자신발에도

봄볕

경로당

안에서무엇들을하실까나?

맑디맑은

이봄날

고시공부한다고

서울에서내려와두문불출한다는

사랑채에도

고요한

봄볕

머리띠라도두르고

이번에는꼭

붙어야쓰것네

소댕이댁네는영감님돌아가시구는

영판기운을못차리시더니

충주아들네로가시더만

집이폐가가됐구먼

아무도없는빈집에

봄볕

인쟈동네에

한두집건너씩

집이비는것이쓸쓸혀

작년가을에

자식들이내려와

지붕을빨강으로칠하더만

집이훨씬이뻐진지붕위로

봄볕

그나저나작년가을

경운기에다친다리는

이제그만그만한지모르것어

몇년전에빈집이더만

이젠이웃집

농기구곡식창고가된

빈집봉당과마당으로도

봄볕

이렇게빈집앞을지날때마다

가슴이휭혀

늙은고향이여

작년가을에

담장으로

홍시감이늘어졌던

토담위에도

봄볕

푸석푸석

삭아빠진기왓장과

낡은슬레이트지붕에도

봄님은오시는겨?

살아가는일이당최

뭣인지모르것어

곰삭아

금새무너질듯한

낡은지붕에도

봄볕

집에사람온기가읎으믄

금새무너지는겨

어디집뿐인가

사람도

사랑을받지못하고살아가면

금새몸이허물어지는거여

돌담장을돌아가는

골목쟁이에

건듯불어오는봄바람

그아래

봄볕

낡고초라해도

저렇듯서로맞춰가며

오손도손살아가면

모든게

따사로운법이여

높이날아오른

보라매

그날개깃에도

봄볕

봄기지개를켜는텃밭에도

이제거름을내다펴야허는데

가만?

감자종자는벌써이장이나눠줬지?

인쟈오십중반을넘어가는

우리나이가이장맡기가

적당한나이여

근데

생각해보니깐두루

우리아래나이

후배들이장이더많아졌구먼

그려

세월이가는겨

앞산자락을바라보는

정갈한지붕을

이고섯는집마당으로도

봄볕

가만생각하면

집이나사람이나

인상이있어

자신만의분위기를갖는겨

저집은

바깥에서바라만봐도안온혀

암만

집이나사람이나

저래야쓰는겨

동네

꼭대기집에대문과

변소간벽에도

그리고

낡은우체통에도

봄볕

늙으신두부부만살아가는집은

집앞마당에만서봐도

금새알아볼수가있어

가끔지나며봐도

우체함에는

고지서만꽂혀있어

자식들은

키워놓아제짝을맺어주면

지들이잘나서잘사는줄로만알어

일년내내편지한통읎어

시골사는노인네들은

대문드나들적마다손을넣어보며

은근히자식들소식을기다리는데

그것이그져서글퍼만져

버리고떠난빈집

그빈마당으로도

봄볕

온통노인들만사는시골이라서

가끔동네에들어설라치면

이집저집개들만난리법석이여

간난아기우는소리가

동네담장마다들려오고

돌담장넘어

빨래줄에기저귀하얀빨래가

이봄바람에

건듯건듯마르고해야쓰는데

도통

그렇지를못혀

노인들만사는

산간동네에

온통개짖는소리여

까치집이있는빨간지붕집

그건조장창고

흙벽으로도

봄볕

그래두저집은젊은부부가사니

집에생기가펄펄나

저풍경

얼마나전원적이고아름다워

시골마을이

저래야쓰는데말이여

아랫동네로내려와

골목쟁이를들어서면서만나는

작년가을들깻단

흰바람벽으로

봄볕

그래두열심히농사를꾸려가시는

늙으신부부

가끔오일장에서

만나뵈는데

돌팍재다리위에

포장을치는

선지해장국집에서

막걸리나한잔따라드렸으면쓰것어

농사용비닐하우스안

멍석위시래기에도

일하시다벗어놓고간목장갑위에도

봄볕

비닐하우스안에들어서면

훈근한실내공기가싫지않은것은

봄기운이서려있기때문이여

절기는한참전입춘을지나

내일모레가벌써우수네

세월한번

빠르구먼

물오른과수원

나뭇가지에도

그위따사로운묘소에도

봄볕

인쟈

복사꽃능금꽃이

지천으로아름답게피어나며

온통山野를

한바탕뒤흔들어놓을것이구먼

그럼또

봄이면

긴방랑벽이도질것이고

이봄산을

어찌넘어갈꺼나?

산제비넘던고갯길

그넘엇산에도

그위파란하늘에도

봄볕

만물이소생하는

봄이오면

방랑끼가도지고

고얀히슬퍼지는

마음은

까닭을모르것어

당최

철탑이넘어가는

봄산산등성이

양지녘에도

봄볕

아마

저산골짜구니와능선을따라

지금쯤진달래철쭉이

꽃눈을틔우고있을겨

문둥이가유독많이다니던

진달래동산과

보리밭이랑

봄하늘가

노고지리가높이떠서

문둥이가오면

더욱애처롭게울어대던

유년의봄날

그봄

문둥이는순사에게잡혀

밤에만떠나는기차를타고

남쪽먼섬

소록도로가는기차를타야만했지

폐가나다름없이

쓸모가없어진마을회관창문으로

봄바람이들락거리고

뜰앞으로

봄볕

문둥이는왜

어린아이간을꺼내먹었을까

문둥이는

왜천형의땅으로유배를

떠나서

천륜이끊겨나가고

친구가없어지고

평생소식없이

그렇게살아가야만했을까

그恨평생이

얼마나서럽디서러웠을까

녹슬어

방치된

새마을회관마당

구석댕이에놓인

농기구위에도

봄볕

70년대

새마을운동시절

저리어카한대만있으면

부자소리듣던시절에

일꾼대접을톡톡히받았는데

이젠

경운기도

탈곡기도

모두녹이슬고

사람도병들어누워버린

늙은고향

문둥이도없어진세상

문둥병도없는세상

문둥이가간을내먹지도않는세상

이젠늙은고향에

속이뭉그러지고

애간장이녹아들은

노부모들만근근히살아가다

급작스레

밤에만떠나는기차를타고는

영영돌아오지못하는

고향

지붕이뚫리고비가새어들어

이젠쓸모없이

돼버린창고옆

裸木그림자에도

봄볕

마을은고요속에빠져

사람그림자

하나없고

창고뒷편

마른논배미에도

봄볕

하늘을가르고지나가는

비행기소리만

정적을깨치는

마을

멸공방첩

회관뒷산

나뭇가지위

까치집빈둥지에도

봄볕

추녀아래매달린

학교종

그쓸쓸한음영같이

자꾸만

쓸쓸해지는봄날

허물어져

방초만쓰러져가는

유리창깨진

지붕넘어쪽에도

봄볕

저풍경

아프고

고단하고

힘들어고통스러운

늙은고향을

닮았고야

대처로나간

아들딸소식을

목길게빼고

기다리는우체통에도

봄볕

왜들

대처로만나가면

함흥차사일까

어찌

이늙은

아비어미를잊고살아간단말인가

지자식들생각에

반에반

아니

그반에반만큼

아니

콩알만큼만이라도

이늙은

부모를생각해주었으면

좋으련마는

하지만도

시절이그러하니

이를우짜믄좋은고

손주들뒷바라지하는것만도

숨이차서허덕거리는데

이를우찌믄좋단말인고

봉당에

얌전히기대놓은

삽자루에도

봄볕

다시절기는

농사철이라

헛간에서녹슨연장들을

하나씩갈무리를하는데

손아귀에는힘이없고

하나도기대하는바가없어졌으니

그저

두늙은이몸땡이하나만

그만그만했으면

좋으련마는

기운도

작년과또다르게

쇠해지니

이를우찌믄좋단말인고

외벽이자꾸떨어져

바르고덧발라

분칠을한

추녀아래

바람벽에도

봄볕

오일장에가도

친구들과막걸리한잔

마음놓고호방하게

마시질못하는

초라하고도

옹색함

블럭담장

목련나무끝에

봉그러지는꽃망울

가지끝에도

봄볕

봄이오면무엇하나

꽃이피면또무엇하나

작년봄에

쓰다남은비료포대

그위에도

봄볕

이추운겨울을살아내느라

기름값은얼마며

전기세는얼마인고

농협빚도

에우지도못했는데

이봄

어찌넘길꺼나

뒷동산오르는

산아래

오솔길에서

마을을향해

뒤를돌아보면

희뽀얀

봄볕

운동이랍시고

두늙은이걸어넘는

뒷산올라가는길

여름장마에

넘치고부서지기를

해마다반복하는

도랑을따라

어느해에지어진

절집까지걸어갔다

돌아오면

한나절

흙바람벽을

지나가는

봄바람

그마당가에도

봄볕

두늙은이

죽어지면

누가고향을지킬꺼나

어느자식이

선영을지킬꺼나

겨울한철

서울자식네로올라가

철내내비워둔

산아래집마당으로도

봄볕

외롭고

곧게커올라

고향집을지키고섯는

나무

한그루

대처로떠나

고향을몰라라하는

자식들보다야

비가오나

눈이오나

고향집을지키고섯는

저한그루나무에

정이더가는고야

고요한

골목쟁이

닫혀있는대문

그행랑채굴뚝머리에도

봄볕

봄이왔는데도

닫혀있는대문

자식손주들이오면

활짝열릴

대문

쓸쓸한

고향의봄날

고향의봄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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