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서정
BY glassy777 ON 2. 17, 2012
산아래
돌각담장
그위
봄산에도
봄볕
돌담길을돌아서
봄산에오르면
멀리남녘에서오시는
봄님을만날수있을까나?
아직농사용비료도나오지않은
텅빈동네창고앞에
봄볕
이장님은요새통안보여
아마시집간딸네에
댕기러갔나벼
경로당문앞에놓인
지팡이와
할머니손자신발에도
봄볕
경로당
안에서무엇들을하실까나?
맑디맑은
이봄날
고시공부한다고
서울에서내려와두문불출한다는
사랑채에도
고요한
봄볕
머리띠라도두르고
이번에는꼭
붙어야쓰것네
소댕이댁네는영감님돌아가시구는
영판기운을못차리시더니
충주아들네로가시더만
집이폐가가됐구먼
아무도없는빈집에
봄볕
인쟈동네에
한두집건너씩
집이비는것이쓸쓸혀
작년가을에
자식들이내려와
지붕을빨강으로칠하더만
집이훨씬이뻐진지붕위로
봄볕
그나저나작년가을
경운기에다친다리는
이제그만그만한지모르것어
몇년전에빈집이더만
이젠이웃집
농기구곡식창고가된
빈집봉당과마당으로도
봄볕
이렇게빈집앞을지날때마다
가슴이휭혀
늙은고향이여
작년가을에
담장으로
홍시감이늘어졌던
토담위에도
봄볕
푸석푸석
삭아빠진기왓장과
낡은슬레이트지붕에도
봄님은오시는겨?
살아가는일이당최
뭣인지모르것어
곰삭아
금새무너질듯한
낡은지붕에도
봄볕
집에사람온기가읎으믄
금새무너지는겨
어디집뿐인가
사람도
사랑을받지못하고살아가면
금새몸이허물어지는거여
돌담장을돌아가는
골목쟁이에
건듯불어오는봄바람
그아래
봄볕
낡고초라해도
저렇듯서로맞춰가며
오손도손살아가면
모든게
따사로운법이여
높이날아오른
보라매
그날개깃에도
봄볕
봄기지개를켜는텃밭에도
이제거름을내다펴야허는데
가만?
감자종자는벌써이장이나눠줬지?
인쟈오십중반을넘어가는
우리나이가이장맡기가
적당한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