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요즘들어서

다가오는윤달을피해

좋은날을택일하여자식을여위는친구나지인이

부쩍많아졌다.

어제는

예식장에서눈물이자꾸흘러서

마음이짠해졌다

결혼식내내

숙연해진마음을추스리느라

애써구석진자리에자리를잡았다

안경을자꾸벗었다쓰길반복하느라

축하하는박수조차도

보내질못하고야말았다

우는신부와

한술더뜨는신랑의눈물결혼식

그앞에앉았는

늙은부모의빈껍데기

쭉정이같은빈심중은또어떠했을까

얼굴은경직되어번들거리는중년

빨간넥타이로정장을하고앉아

남모르게흘리는속울음은

또어떠했을까

탯줄을끊어

고구마같이생긴빨개둥이의

힘찬울음소리에

사람형상을미쳐갖추지못한

저넘이언제사람얼굴을할까

한껏걱정되는마음으로

손가락과발가락이열개씩달고태어난것에

안심을하는옆에서

어른들은눈이닮았다거니

입매며눈썹이닮았다거니

가늠이안되는흥분으로

얼떨떨하던초보아빠

옹알이를하느라작은입을쪼믈거리며

딸싹이던붕어같은입모양에

거실에있는사람을크게불러서

기쁨으로함께웃던小景

처음으로압빠~하던

말한마디에감동하여둥개둥개무릎에세워

하루왼종일안고집안을서성이던

13층높이의베란다에

눈이아프도록맑았던햇살

유치원입학하여

빨간베레모를꽂아쓰고

고사리손으로빠이빠이하고나가다가

넘어져무릎이까져피가나는

경황없음에도벌떡일어나

노란유치원버스로달려가던뒷모습

국민학교에입학하여

콧수건을달아주고

앙증맞은책가방을어깨에얹어주면

아주작은팔을뻗어가방끈을갈무리하며

내품에안겨교문까지가서는

마구내려달라고앙탈을부리던

빨갛게상기됐던아이의표정

공부로받아오던상장들을

거실정가운데붙여달라던아이의

자랑스럽고스스로뿌듯해하던

볼살통통하던아이의눈매

어버이날

스스로만들어달아주던

빨강노랑의배합이환상적이던

종이카네이션과

[아빠,엄마우리를이렇게키워주셔서감사합니다]

삐뚤빼뚤써있던파란색연필과

아이가볼에뽀뽀를해주던

보드라운감촉

그행복하던입맞춤의감촉을

어찌잊을까

어제신부의남동생이직접결혼축가를부르며

누이결혼축가를부르는남동생의눈물과

신부의눈물을바라보면서

안경을자꾸벗었다썼다를반복하며

젖어들던가슴철철

세월이어느덧이렇게

무삼토록흘러가야하는것인지

엊그제같은기억들

이제는30년저편의아름슬프도록

흐릿한실루엣으로멀어지는것에대하여

안경을벗었다썼다를

반복하면서떠올렸던것이었다

아,

그아름다웠던

자식사랑의순수함에대하여

반백으로변해버린중년에대하여

이젠가고없는아득한그시절에대하여

부모가무엇이고자식이란무엇인지에대하여

이렇게

흘러버린시절

물고기수족관에서금붕어가자맥질하던

그돌체다방구석진자리에서듣던옛노래와

날계란동동띄워마시던쌍화차의씁쓸함에대하여

아,

이미아득히

흘러간청춘에대하여

빈둥지만남은휑한가슴에대하여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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