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
BY glassy777 ON 2. 22, 2012
바다
–백석–
바닷가에왔더니
바다와같이당신이생각만나는구려
바다와같이당신을사랑하고만싶구려
구붓하고모래톱을오르면
당신이앞선것만같구려
당신이뒤선것만같구려
그리고지중지중물가를거닐면
당신이이야기를하는것만같구려
당신이이야기를끊는것만같구려
바닷가는개지꽃에개지아니나오고
고기비늘에하이얀햇볕만쇠리쇠리하야
어쩐지쓸쓸만하구려섪기만하구려
그해
나는푸른제복을입고있었다
그푸른날을버거워하며
하루이틀을보내고있었다
군대생활도거의끝나가는말년의무료함도있었고
행정반업무도부사수에게모두넘겨주고
군부대뒷산백화산을졸음에겨운눈으로
하릴없이턱고이고앉아바라보는날이계속되던그해
보름여의해안매복작전일정으로떠나는
1개소대뒤를따라무작정하고나섰다
서해바다
태안반도끝자락
작은항포구
의항리
구불구불한바닷가해안선을따라해송과백사장의길이가끝없이펼쳐지는
유명한만리포해수욕장과
작은포구와닭섬이그림같은아름다운천리포를지나
왼편으로너른바다가나타났다가
숲으로숨기를반복하는산길을두어시간여를행군하다나타나는
옴팍하니외진백리포를지나서
넓고넓은바다를응시하며마당삽작거리에오동나무한그루서있는
외롭디외롭게앞바다를지키는초가삼간이있는십리포에서
대열에서빠져나와한참을
주인없는초가집뜰에앉아맥없이남실대는
너른바다를바라보다가
허겁지겁대열을따라잡자
우뚝,나타나는산이있었다
고개를뒤로한껏젖혀야군레이다기지가보이고
그위로구름이한가로이넘던산
작전지도를보면금방당도할것같던곳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그리아스식해안을지나는산구비를
몇차례를돌고또돌다보니
꽤나먼길이아닐수가없었다
어디선가바람에실려낮게들려오는라디오소리
그나른한유행가음율과오후햇살이눈부시게빛나는
넓은바다를내려다보며단상에젖었다
산정상헬리포트에앉아바다쪽에서서늘바람이산비탈을타고올라오며
낮은관목숲들을흔들어놓고올라오는모양과
귓밑을지나는선듯한바람의감촉을온몸으로맞으면서
쌍안경으로는격렬비열도의크고작은섬들을
몇시간이고바라보다가하루해를보내곤하는날들이
무료하게계속됐다
어느일요일
무작정하고낯선마을쪽으로내려갔다
쌍안경으로며칠째관찰하던작은초등학교에가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