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누웠다간
물자리에
노상가만치않는
마음을뉘어보지만
댓잎에베인
가슴의상처는
여전하더라
상주를꿰는
삼번국도변
초라한연못하나
산을담아
키우고있었다
떠나온자리가
족적이변하는게
미륵의얼굴씻기러
난지금얼마나행복한지모르겠다.
샛노랗게타들어가면서놈은울고있었다.
난놈과의좋왔던추억을일깨우려고안깐힘썼다.
내가옹졸했었다.죽음을목전에둔친구와감정놀음을하다니……. 개똥밭에굴러도이승이낫다고는속단할수없지만자꾸가슴이메어온다. 수요일쯤입원시켜보려고세브란스를돌아나오는뜨거운포도위로 느닷없는소나기가쏟아지기시작했다. 그래,퍼부어라!옘병,차창유리가박살나도록냅다퍼부어라! 이제곧가을이올텐데……,그삽상한바람과정겨운술맛을두고 놈은지금어디로가려하는걸까? 갤럭시호텔가라오께에서 김정호의하얀나비를구성지게불러제낄때부터개털이의눈가에 미치겠다. 줘패서라도술을못먹게했어야했는데…….
흔쾌이그러마고해서기분조왔다.
회한의건상만하나더늘고말았다.
죽음의그림자가드리워지기시작했음을나는예감했던것같다.
전기회사하는상근이에게개털이방에현광등좀갈아주라고했더니
"광수야,나금년안에죽으면안되는데……." 고영식내과에서보름치약을지어다주면서 그보름치나마다먹고갔으면하고기원했다. 여자가치마를입어서는안될때- 미꾸라지잡으러갈때. 남자가치마를입어야할때- 밤따러갈때. 개털이가퍼석하고웃었다.
그래개털아,독하게마음먹어라!
낙엽밟는소리로…….
아무개를원망하면서눈물글썽이던 누님의얼굴이지워지질않는다. 미움도원망도사랑도모두모두버리고 평화롭고고요한얼굴로떠나야하는데 송병렬이가얼마나모금했는지걱정된다. 죽음,사랑,우정을생각해본다…….
떡이먹고싶어서추석을집에서보내야한다면서……. 놈이원하는데로콩넣은찹쌀떡과송편을사다주었더니, 송편을달라고했다.
주변에서조심성이없는것같아안타깝다.
복수와복통과구토로식욕마져충족시킬수없는놈이가엾다.
돈때문에놈의퇴원을미뤄야하는나도가엾다.
그래서딱정버레만도못한우리의척박한낯짝들을내려다보면서,
녀석, 그래도가을은남겨두고떠난것이 그렇게고맙고대견할수가없다. 그마저홉싸안고떠났다면
남은나의한동안은또얼마나지리하고암담해야하……
지금쯤계양산너머가는저구름을잡아탔을까?
"매롱!"하고혀빼물며웃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