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그림자
BY glassy777 ON 3. 1, 2012
고향에는시방
냉이가지천이여유
해서
점심을먹고
냉이캐러나가는길이구먼유
오랜만에
댓골저수지뚝방을올라
梨月뜰을바라보며걸어가는데
봄하늘로새털구름이참예쁘지뭡니까
곧게뻗은뚝방에는
좀있으면제비꽃과할미꽃이
빼곡히한가득피어날것이구먼유
돌담에속살거리는
봄바람을쫓아가다보면
마을에는빨래가마르고
참새소리뒷산으로조잘대는고향이구먼유
오늘이3.1절이라
집집마다어르신들께서
태극기를내다가대문간에걸었구먼유
고향에는지금
지붕으로봄볕이한창쏟아지면서
뒷동산에는한낮에딱따구리가나무를
쪼아대는소리가마을전체를뚜루루루루!~룩!!
마을경로당화투치시는어르신들을헷깔리게훼방놓는데
그소리가별랑싫지가않구먼유?
봄농사를준비하는비닐하우스와
쇠똥냄새바람에실려와코끝을스쳐가는
논배미위축사에도봄기운이한가득이구먼유
냉이밭을찾았시유
작년가을에배추끔이똥끔이라서
내지도못하고묵힌밭머리에냉이가지천이네유
멀리보리밭이랑이보이구
나물캐는처자들이한가로운이봄날
노고지리는어느결에몇년째날아오르지않고
나물캐는처자도젊지도않지만이고향의봄그림자를
보지도못하시구이봄을그냥이야보내실수는없잖겠어유?
해서지가대신봄들녘으로냉이캐러가는
안해를뒤를따라나섯지뭐유
밭둑논둑이겨우내얼었다가녹아서
오소소~무너지는희뽀얀흙더미에서도
고향의그림자가다정도하게스리어려있네유
고향이어디세유?
저무너지는흙더미사진한장에도
아마엄니계신고향이엄청그리워질것이구먼유.
냉이가생각보다엄청많아서
봉다리를옆에서벌려줘야쓰것구먼유
아마도배추거름양분을냉이가죄먹고자란모냥이어유
봄바람도오늘은엄청얌전하니
새색시공단치마를휘돌듯
회오리바람하나없이
전신주위에서
고요롭네유
대낮인데
우짠게으른닭이꼬끼오오오~~~~!
들판을가르며훼를치네유
봄하늘중천으로는
이월초아흐레낮달이높이떴네유
낮달은언제나사람맴을쓸쓸하게하는구먼유
냉이를한가득캐고는
양지쪽에호미자루던져놓고
따순커피를한잔타서마시면서
봄노래를들녘저편으로날려보는고향이어유
산촌의봄은
천천히
산을넘고
들을건너
논둑밭둑을넘어
느릿느릿고개를넘어
진달래향기
개나리향기
보리내음을품어안고서야
느릿하게고향마을까지오는구먼유
어느덧윤달이다가서는
해거름이네유
나직나직윤사월詩를암송해봐유
松花가루날리는
외딴봉우리
윤사월해길다
꾀꼬리울면
산지기외딴집
눈먼처녀사
문설주에귀대이고
엿듣고있다
냉이캐는안해는
자꾸이밭에서저밭으로
가다가앉고또걷다가앉았는구먼유
그뒤에서냉이봉다리를갈무리하는지그림자가
이른봄날해거름녘의
고향의그림자
한폭의풍경화가되는구먼유
이고향의그림자풍경화가
밀레의만종에비견되어
한치도손색없어
보이누만유
자전거에몸을싣고
봄바람을가르며
달려가는
들판
저건너들판으로도
냉이가지천으로돋아나는
고요한봄날의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