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그림자

고향에는시방

냉이가지천이여유

해서

점심을먹고

냉이캐러나가는길이구먼유

오랜만에

댓골저수지뚝방을올라

梨月뜰을바라보며걸어가는데

봄하늘로새털구름이참예쁘지뭡니까

곧게뻗은뚝방에는

좀있으면제비꽃과할미꽃이

빼곡히한가득피어날것이구먼유

돌담에속살거리는

봄바람을쫓아가다보면

마을에는빨래가마르고

참새소리뒷산으로조잘대는고향이구먼유

오늘이3.1절이라

집집마다어르신들께서

태극기를내다가대문간에걸었구먼유

고향에는지금

지붕으로봄볕이한창쏟아지면서

뒷동산에는한낮에딱따구리가나무를

쪼아대는소리가마을전체를뚜루루루루!~룩!!

마을경로당화투치시는어르신들을헷깔리게훼방놓는데

그소리가별랑싫지가않구먼유?

봄농사를준비하는비닐하우스와

쇠똥냄새바람에실려와코끝을스쳐가는

논배미위축사에도봄기운이한가득이구먼유

냉이밭을찾았시유

작년가을에배추끔이똥끔이라서

내지도못하고묵힌밭머리에냉이가지천이네유

멀리보리밭이랑이보이구

나물캐는처자들이한가로운이봄날

노고지리는어느결에몇년째날아오르지않고

나물캐는처자도젊지도않지만이고향의봄그림자를

보지도못하시구이봄을그냥이야보내실수는없잖겠어유?

해서지가대신봄들녘으로냉이캐러가는

안해를뒤를따라나섯지뭐유

밭둑논둑이겨우내얼었다가녹아서

오소소~무너지는희뽀얀흙더미에서도

고향의그림자가다정도하게스리어려있네유

고향이어디세유?

저무너지는흙더미사진한장에도

아마엄니계신고향이엄청그리워질것이구먼유.

냉이가생각보다엄청많아서

봉다리를옆에서벌려줘야쓰것구먼유

아마도배추거름양분을냉이가죄먹고자란모냥이어유

봄바람도오늘은엄청얌전하니

새색시공단치마를휘돌듯

회오리바람하나없이

전신주위에서

고요롭네유

대낮인데

우짠게으른닭이꼬끼오오오~~~~!

들판을가르며훼를치네유

봄하늘중천으로는

이월초아흐레낮달이높이떴네유

낮달은언제나사람맴을쓸쓸하게하는구먼유

냉이를한가득캐고는

양지쪽에호미자루던져놓고

따순커피를한잔타서마시면서

봄노래를들녘저편으로날려보는고향이어유

산촌의봄은

천천히

산을넘고

들을건너

논둑밭둑을넘어

느릿느릿고개를넘어

진달래향기

개나리향기

보리내음을품어안고서야

느릿하게고향마을까지오는구먼유

어느덧윤달이다가서는

해거름이네유

나직나직윤사월詩를암송해봐유

松花가루날리는
외딴봉우리
윤사월해길다
꾀꼬리울면
산지기외딴집
눈먼처녀사
문설주에귀대이고
엿듣고있다

냉이캐는안해는

자꾸이밭에서저밭으로

가다가앉고또걷다가앉았는구먼유

그뒤에서냉이봉다리를갈무리하는지그림자가

이른봄날해거름녘의

고향의그림자

한폭의풍경화가되는구먼유

이고향의그림자풍경화가

밀레의만종에비견되어

한치도손색없어

보이누만유

자전거에몸을싣고

봄바람을가르며

달려가는

들판

저건너들판으로도

냉이가지천으로돋아나는

고요한봄날의

하오

이제냉이를

어느만큼캤으니집으로가야겠네유

구부렸던

허리를펴고돌아가는

저논길이참정겹지않은가유?

농협에서

퇴비를사다가

뿌리고남은퇴비푸대에서

봄을준비하는고향의어머니의

고단한홑저고리냄새가나는구먼유

고향의엄니는

삭정이가다되어

건드리면부서질듯

바람이불면쓰러질듯

타관객지로떠난자식들을향한

손짓만을허공으로내저으시는봄날이구먼유

쓸쓸한잔영으로남은

산아래해거름녘

고향의그림자

해거름

옅은햇볕이

양철지붕위로

고즈넉히쓸쓸하구먼유

늙은아부지께서

대문께에부려놓은나무삭정이위로도

쓸쓸히늦은해거름녘봄볕이내려앉아

눈감으면그리운고향의그림자를포근히드리우고있네유

늙은아부지가

쟁기대신챙기시는경운기는

일하는소만큼이나중히여기는구먼유

인쟈저경운기로

논밭에다거름도내고

황토를실어다가객토도해야하고

땅힘을돋구시느라일손이바빠지실것이구먼유

바람벽에는

겨우내마르고말라

손을대기만해도부서지는씨래기가

늙은아버지와관절염으로끙끙앓으시는엄니를꼭닮았시유

농한기에대문밖에나와앉아

들판건너한길을내다보시며

또는문전옥답너른들녘을바라보시며

심심파적으로담배를피우시거나마늘을까시다가

이미자의흑산도아가씨를나직나직한숨으로부르시며

남몰래서러운세월을흘려보내시는외롭고쓸쓸한고향집그림자

초동친구한두양반이

한많은이세상을등지고떠났다고

누런봉투를꽂아놓고가는대문한켠으로

빛이바래고흙빛으로낡아가는우체함

그바람벽기둥으로비춰드는쓸쓸한해거름녘

이봄날고향의그림자네유

오오래잊고살아왔던

그리운고향집가난한처마아래로

봄날의저녁해거름노르스름한봄볕이바람벽에기대어

보릿고개로허기가져서엇찔엇찔하던그옛날을생각나게하는구먼유

그옛날어느집이나

희멀건죽으로연명하던시절

허덕허덕넘어가던보릿고개가

저만치가파르고배고파서힘들고눈물났었네유

마을에서

저녁연기가피어오르는구먼유

이맘때인초봄

오일장에가신엄니를

눈이빠져라목을빼고기다리던

장고개신작로길미루나무아래에서

부르고또부르던어릴적동요는

아직도귓가에생생합니다.

명경같이

잔잔하고고요로운

고향앞저수지의물그림자

오오래잊고지내왔던

쓸쓸하고도

고요한

고향의그림자구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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