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늙은갈대의독백

-백석-

해가진다

갈대는얼마아니하야잠이든다

물닭도쉬이어는낯설은논두렁에서돌아온다

바람이마을을오면그때우리는섧게늙음의이야기를편다

….

이몸의배딥매딥

잃어진사랑의허물자국

별많은어느밤강을날여간강다릿배의갈대피리

비오는어느아침나룻배나린길손의갈대지팽이

모두내사랑이었다.

1

이렇듯남기고떠난사람을그리워한다는것은참으로
哀스러운일이다.문득둘러보면다떠나가고홀로남
았다는것을실감하기까지는공중에매달린태양을보
는듯온통시야에가득한회백색의점들을세는서러
움이다눈을감으면자꾸나타나는점…..

2

이미만들어진틀안에몸을맡긴다는것이얼마나허망
한일이던가그리고체념이란답답한무거움막막한
슬픔

3

길떠나또그길위에눕는다

4

나의말이저먼아라비아언어가되고그대의말또한
저먼먼아라사언어가됐는데나는차마잃어버린말을
찾아떠나질못하고

5

어두운밤수면위를튀어오르는저빛천억광년을지나
비로소내게로온빛물고기비늘

6

꼭움켜잡은주먹에서스..르.륵.빠져나간허공턱수염
을훔친손등에서피가난다허공으로빠져나간미세한
입자들을손가락끝으로하나씩눌러본다꾹,꾹,묻어
나는흰빛흐르는흰빛의눈물

7

그옛날가지말라는길위에서의망설임그예그길이
끝나는곳에서의쓸쓸함되짚어또먼먼길을가야하는

길나그네

-내젊은날의초상[마침표없음의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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