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트럼펫

고등학교2학년현충일

학생동원

동작동국립묘지

그앞산에서한병사가불어제끼면

뒷산에서또한병사가불고

연이어서들려오던

진혼곡의트럼펫

아직도귓가에남아있는애끈함의소리

눈물을텀벙,텀벙,쏟던

세라복에양갈래로길께땋아내린

어여쁜여고생의하얀교복이눈부셨던그해5월

트럼펫소리따라장미꽃더욱붉었다

신병훈련소

취침나팔트럼펫소리

험로

1970년代의

6개월간의고되고고된

下사관학교신병교육대생활과

어머니에대한그리움과죄스러운회한

멀리에서밤기차소리들려오던

휘엉한보름달아래에서

서늘하고도애잔하게가슴을후벼파던

트럼펫소리

모포덮어쓰고누운침상맡으로

후두둑,떨어지던구슬픔

그날밤

취침나팔소리

그저녁

침상모포위로

봄비가내렸지아마

이저녁문득

오래잊고지내왔던트럼펫을꺼내닦는다

四圍가고요로운

이밤

한잔술에

트럼펫을불어본다

폐부를헛돌아

소리가되어나오지못하는

이서늘한목마름

무연히

어둔창아래에서

어둔산너머

아득히먼구름아래

보고픈인연들을향하여

이렇게

소리되어나오지도못하는

트럼펫을분다

눈물을텀벙,텀벙,쏟던

세라복에양갈래로길께땋아내린

어여쁜여고생의하얀교복이눈부셨던그해5월

이밤

내마음과같이

트럼펫소리따라눈자위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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