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BY glassy777 ON 3. 11, 2012
바람부는날
마라톤대회장을찾아가던30년지기여덟쌍부부가
올들어처음모임을청계산등산으로했다
하루내
어찌나바람이세찬지
모두가모자를덮어쓰고등산을하고있었다
저귀를막고바람마스크를착용하고도
종종걸음하는저모습에서
바람이얼마나세찬지
짐작이되는날
가까스로바람없는골짜기
산책로를따라청계사로올랐다
이바람불고추운날
와불로누워계시는부처님의미소가
온화하시다
북북서로
바람에쫓껴가는구름이넘는
산잔등이를올라서자
바람이자는양지쪽마다
점심을펼쳐놓고앉은산객들의
맑은웃음소리가산비얕을내려간다
배낭에서반찬과간식꾸러미들을
꺼내펼쳐놓고바람잔골에서
푸짐한성찬을먹는저풍경이
얼마나건강한가
우리일행도산길노상에선채로
막걸리로목을축여오르기로했다
시원컬컬한막걸리한사발에
속까지싸하게냉기를
훌터내려가는
짜릿함
그리고땀흘려올라온
산아래를무연히내려다보는
산객의마음이되어
스스로가청청하다
어느덧바람을맞으며
정상에서내려오는산객들의형형색색
그표정들에서
상춘객의설레임이느껴진다
개운칼칼한산마음에흠씬취한
자화상또한오랜만에
청청하다
소나무아래로아득히보이는서울과
정상을올랐다는인증샷을
멋지게박는친구들의
표정또한상큼타
산에서의즐거움가운데
정상에막다다랐을때의기쁨의순간을
빼놓을수는없을터
바람부는정상에서
따순커피잔으로
속을뎁히고
간식으로
요기를하고는
다시하산코스를잡았다
내려오다가만난
풍경하나
아득히과천서울대공원호수가
내려다보이면서
문득떠오르는詩한소절
정호승의[첫눈오는날만나자]를
암송하며무연히호수를
내려다보는데
바람치오르는산정에서
아득한젊은날이
다가서면서
바람부는시야가득
첫눈이흩뿌리고있었다
청계사
돌담아래를돌아가는
바람한줄기에
문득
쓸쓸해지는
길나그네心思
높은저계단을오르면
사바세계를떠나
구름속을부유하는
피안에이르는길이있어줄까?
또다시세차게부는바람길을따라
집으로내려오는길
저녁산
산그림자지는
산정의산능선과
그위를흘러넘는구름한조각
그아래
구름그림자
우리사는쓸쓸한
한생애가
저와같으려니
저녁해거름으로
쓸쓸해지는심사를달래려
옛터를찾아무작정하고핸들을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