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바람부는날

마라톤대회장을찾아가던30년지기여덟쌍부부가

올들어처음모임을청계산등산으로했다

하루내

어찌나바람이세찬지

모두가모자를덮어쓰고등산을하고있었다

저귀를막고바람마스크를착용하고도

종종걸음하는저모습에서

바람이얼마나세찬지

짐작이되는날

가까스로바람없는골짜기

산책로를따라청계사로올랐다

이바람불고추운날

와불로누워계시는부처님의미소가

온화하시다

북북서로

바람에쫓껴가는구름이넘는

산잔등이를올라서자

바람이자는양지쪽마다

점심을펼쳐놓고앉은산객들의

맑은웃음소리가산비얕을내려간다

배낭에서반찬과간식꾸러미들을

꺼내펼쳐놓고바람잔골에서

푸짐한성찬을먹는저풍경이

얼마나건강한가

우리일행도산길노상에선채로

막걸리로목을축여오르기로했다

시원컬컬한막걸리한사발에

속까지싸하게냉기를

훌터내려가는

짜릿함

그리고땀흘려올라온

산아래를무연히내려다보는

산객의마음이되어

스스로가청청하다

어느덧바람을맞으며

정상에서내려오는산객들의형형색색

그표정들에서

상춘객의설레임이느껴진다

개운칼칼한산마음에흠씬취한

자화상또한오랜만에

청청하다

소나무아래로아득히보이는서울과

정상을올랐다는인증샷을

멋지게박는친구들의

표정또한상큼타

산에서의즐거움가운데

정상에막다다랐을때의기쁨의순간을

빼놓을수는없을터

바람부는정상에서

따순커피잔으로

속을뎁히고

간식으로

요기를하고는

다시하산코스를잡았다

내려오다가만난

풍경하나

아득히과천서울대공원호수가

내려다보이면서

문득떠오르는詩한소절

정호승의[첫눈오는날만나자]를

암송하며무연히호수를

내려다보는데

바람치오르는산정에서

아득한젊은날이

다가서면서

바람부는시야가득

첫눈이흩뿌리고있었다

청계사

돌담아래를돌아가는

바람한줄기에

문득

쓸쓸해지는

길나그네心思

높은저계단을오르면

사바세계를떠나

구름속을부유하는

피안에이르는길이있어줄까?

또다시세차게부는바람길을따라

집으로내려오는길

저녁산

산그림자지는

산정의산능선과

그위를흘러넘는구름한조각

그아래

구름그림자

우리사는쓸쓸한

한생애가

저와같으려니

저녁해거름으로

쓸쓸해지는심사를달래려

옛터를찾아무작정하고핸들을꺾었다

서산을넘는구름과

부서진석탑

석불의표정에서

쓸쓸하고먼

오랜역사와만나다

한생애

喜와怒

그리고哀와樂이

산을넘어가는바람

잠시서성이는

돌담아래로서성이는

쓸쓸한봄날

기우뚱하니기울어가는

석탑아래

길나그네심사를얹어본다

산에언덕에

-신동엽-

그리운그의얼굴다시찾을수없어도

화사한그의꽃

산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그리운그의노래다시들을수없어도

맑은그숨결

들에숲속에살아갈지어이

쓸쓸한마음으로들길더듬는행인아

눈길비었거든바람담을지네

바람비었거든인정담을지네

그리운그의모습다시찾을수없어도

울고간그의영혼

들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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