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村

봄버들에

물이오르는

수변을걸어서가는길

마을길돌담아래에

해살거리는

봄볕

밭을일구는

저농군의마음에도

찰진밭고랑에도봄기운가득하다

안해가며칠전에

실한냉이밭을봐두고는

생각날때마다벼르고별렀던날

그냉이밭을찾아가는

봄길

시간여를걸어서

뱀고개를넘어서니나타나는

너른봄들녘의푸르른보리밭과

밭에내다쌓은거름더미아래냉이가실하다

어느선영산소아래에

따스한봄볕이쏟아지고

보리밭이랑으로새소리날아오르다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붙은불은
가신임무덤가에금잔디

봄이왓네

봄빛이왔네
버드나무끝에도실가지에


봄빛이왔네

봄날이왔네
심신산천에도금잔디에

둔덕아래밭에서

냉이를캐는안해를건너다보다가

가만가만읊조리는

김소월시

그대가자맘속에생긴이무덤
봄은와도꽃하나안피는무덤

그대간지十年에뭐라못잊고
제철마다이다지생각새론고

때지나면모두다잊는다하나
어제련듯못잊을서러운그옛날

안타까운이심사둘곳이없어
가슴치며눈물로봄을맞노라

봄날이오리라고생각하면서
쓸쓸한긴겨울을지나보내라
오늘보니백양의벋은가지에
전에없이흰새가앉아울어라

그러나눈이깔린두던밑에는
그늘이냐안개냐아지랑이냐
마을들은곳곳이움직임없이
저편하늘아래서평화롭건만

새들께지껄이는까치의무리
바다를바라보며우는가마귀
어디로써오는지종경소리는
젊은아기나가는조곡일러라

보라때에길손도머뭇거리며
지향없이갈발이곳을몰라라
사무치는눈물은끝이없어도
하늘을쳐다보는살음의기쁨

저마다외로움의깊은근심이
오도가도못하는망상거림에
오늘은사람마다님을여이고
곳을잡지못하는설움일러라

오기를기다리는봄의소리는
때로여윈손끝을울릴지라도
수풀밑에서리운머릿결들은
걸음걸음괴로이발에감겨라

소월을읊조리다가

나직히봄노래도부르다가

봄볕따스한밭둔덕아래쏟아지는졸음

끄덕끄덕조올다고개를들어보니

아랫밭에서냉이를따라내앉았는곳바로앞에까지

다가앉은안해가봄볕아래졸고앉았는내옅은잠을깨우다

짧은꿈속에찾아간

먼데

그넘어

아득히먼곳

배낭에지고온봄의성찬을펼쳐놓고

바람잔둔덕아래

들밥을먹다

발치아래소곤거리는

봄바람

봄안개에희끄므레한

봄산

눈아래멀어지는

봄들녘

봄하늘가득

흰구름이흘러넘고

멀리에서또는가까운곳에서

봄새우지짖는청아하고맑은소리에

바람타고봄날이그예끈오시고야말았고야

냉이를배낭에엮어달고

뱀고개를다시넘어집으로가는길

길가양

사슴농장에서

우리를바라보는꽃사슴부부

그깨끗한눈매에서도

봄은완연하게와있음에라

겨울을이겨내고

청청하게곧은소나무를지나

고요하게봄날이깊어가는마을로들자

전봇대위에

거만하고늠름하게

들녘을내려다보는까마귀

아래

과수원에는

나무마다에윤기가찰찰흐르고

가지끝으로새순들이돋아

봄하늘로치오르며

복사꽃능금꽃을피워낼준비를마쳤다

높다란까치둥지에

봄을맞을준비로분주하던

까치부부는어데로날아멀리갔데나

나뭇가지

물이오르고

건너편보리밭에도

물이실하게오르면서보리잎파리마다에

아침햇살떠오면이슬방울매달아영롱히빛났어라

벚나무가지

새순이돋아나는

외딴집

오동나무가지끝에

외따로앉은

졸음에겨워

꾸벅꾸벅조올던

냉이밭둔덕아래

봄날

봄들녘에찾아든

꿈한자락

짧은꿈속에찾아간

먼데

그넘어

아득히먼곳

그대가자맘속에생긴이무덤
봄은와도꽃하나안피는무덤

그대간지十年에뭐라못잊고
제철마다이다지생각새론고

때지나면모두다잊는다하나
어제련듯못잊을서러운그옛날

안타까운이심사둘곳이없어
가슴치며눈물로봄을맞노라

夢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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