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 저녁

요즘들어

초저녁잠에드는날이있습니다

나이든노인도아니면서

엄니저녁잠자리를살피면서

어느저녁에는

엄니곁에서옆으로스르륵눕고는그대로

초저녁잠에들어버리는

봄밤

이무슨조화인지모르것습니다

엊그제

멀리전학을떠나간녀석에게서

잘이용할줄도모르는

카카오톡인가뭐신가로문자가왔습니다

[선생님안녕하세요.ㅎㅎ]

그바람에

초저녁잠에깨어일어

커튼을열고

무연히바깥을내다보려니

안과에서받은시술의효험도없이

그예끈왼쪽눈꼬리로눈물이흐르면서

창아래봄밤가득

눈물꽃이피었습니다

부모가헤어져서

아버지를따라미양면이라는

벽촌으로전학을떠난녀석에게서

날아온문자를한동안들여다봅니다

재작년신학기에

복도에서우뚝다가선

큰키에

허멀쭉한녀석이었습니다

왜그많은선생님중에서

내게로다가온것이었는지모를일이었습니다

이유없는반항아로

모든선생님들이절래절래고개를흔들던녀석

모든못된짓이란짓꺼리에는빠지지않던녀석이었기에

하루건너만큼교무실에불려와큰소리로꾸중만듣던녀석

유독내게만은순한양이었던녀석이었던지라

짐짓내자리쪽을바라보며

녀석을나무라시던선생님들의시선에

책상에앉아목을길게빼고선에

손가락으로이리온..하면

성큼성큼다가오면서

미소를머금던녀석

이번화이트데이인가뭐신가의날에

슬몃내책상에사탕을놓고간녀석들중에

이녀석은책상곁에기다리다가

뒷통수를긁적이다가한마디내뱉듯하고

도망치듯가는녀석의뒷모습을

황망히바라보던퇴근무렵의

오후햇살이가득하던창가

[누나는엄마따라남고저는아부지따라미양면으로가요]

그뒤로사나흘

복도끝에서

나를바라보던아이의먼시선

두어번

그것이아이와의

작은이별이되고말았다

언제꽃이피는

따스한봄날이오면

적토마를타고그먼곳으로넘어가리라

녀석여분의헬멧을갖춰들고

녀석과봄이오는산천을

멋지게달려보리라

녀석의슬픈눈망울에

잠시라도기쁨가득한탄성을지르며

[선생님짱!!~]이라며

엄지를치켜올리는모습을

보고자프다

창밖으로

봄꽃무지개가눈물속에

하나가되었다가

둘이되었다가

멀어지는

봄밤

초저녁잠에

깨어일어

목울대가먹먹해지는

우두커니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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