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국에서
-유치환-
진정
마음외로운날은
여기나와서기다리자
너아닌
숱한얼굴들이드나드는
유리문밖으로
연보랏빛갯바람이
할일없이지나가고
노상
파아란하늘만이
열려있는데
통영여자중학교교사로
함께근무하면서알게된이영도는
일찍이결혼했으나21세의젊은나이에
남편과사별하고당시딸하나를기르고있었다
청마는1947년부터거의하루도빠짐없이편지를보냈다
사모(思慕)
-유치환-
깊은깊은회한(悔恨)이아니언만
내오오랜슬픔을성스러이지녔노니
이는나의생애의것이로다
오늘에이르러다시금생각노니
그때지은애별(哀別)은
진실로옳았노라옳았노라
뉘논사랑을위하여나라도버린다더니
나는한개세상살이의분별을찾아
슬픔은얻었으되회한은사지않았노라
그날의죽을듯안타깝던별리를생각하면
어느하늘아래다시한번
그대안고목놓아명읍(鳴泣)하료마는
그러므로오오나의마음의보배여하늘이여
저임종의날에도고이간직하고가리니
나의생애는그대의애달픈사모(思慕)이었음을
그러기를3년
마침내이영도의마음도움직여
이들의플라토닉한사랑은시작됐으나
청마가기혼자여서
이들의만남은거북하고안타깝기만했다
생각을멀리하면
잊을수도있다는데
고된살음에
잊었는가하다가도
가다가
월컥한가슴
밀고드는그리움
–丁芸이영도-
청마는1967년2월교통사고로사망할때까지
20년동안편지를계속보냈고
이영도는그편지를꼬박꼬박보관해두었다
오면민망하고
아니오면서글프고
행여나그음성
귀기우려기다리며
때로는종일을두고
바라기도하니라
정작마주앉으면
말은도로없어지고
서로야윈가슴
먼窓만바라다가
그대로일어서가면
하염없이보내니라
–丁芸이영도-
사랑하는정향!
바람은그칠생각없이나의밖에서울고만있습니다
나의방창문들을와서흔들곤합니다
어쩌면어두운저나무가
바람이
나의마음같기도하고
유리창을와서흔드는이가정향
당신인가도싶습니다
당신의마음이리다
주께애통히간구하는당신의마음이
저렇게정작내게까지와서는들리는것일것입니다
나의귀한정향
안타까운정향!
당신이어찌하여이세상에있습니까?
나와같은세상에있게됩니까?
울지않는하느님의마련이십니까?
정향!고독하게도입을여민정향!
종시들리지않습니까?
마음으로마음으로우시면서
귀로들으시지않으려고눈감고계십니까?
내가미련합니까?
미련하다우십니까?
지척같으면서도만리길입니까?
끝내만리길의세상입니까?
정향!
차라리아버지께서
당신을사랑하는이죄값으로
사망에의길로불러주셨으면합니다
아예당신과는생각마저도
잡을길없는세상으로
-유치환으로부터이영도여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