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의 봄날

봄맞이로

안해가게에

장지문들을떼어다가

볕바른양지쪽에서

문창호지를새로바르면서

멀리에서찾아오는벗들을맞이하다

서울대전에서

그리고통영에서도

전국각지에서오랜만에찾아온

입곱명의오랜벗들과

하루를지새운밤

날이밝자

따스한봄날을

거닐어굴암산을넘어

산에서산에서찻집에들다

오십중반을넘는

각자의오랜세월들에서

담겨진나름대로의그릇에고인물

그하세월에

남몰래서러운세월들을

오롯이혼자감내하며살아가는한생애

하느님

부처님께옵서

절대완벽한행복을주시지않는다는

정한이치와진리를알아그에순응하여살아가는

우리네生

각자의아픔을

남몰래보듬어살아내는한생애를

울컥,눈물로꺼내고

보듬어닦아가며

짐짓저따사로운봄볕아래

어루만지듯꺼내놓다

봄날이아련하게펼쳐지는

창가에앉아

눈지그시감아그리워하는

그시절그사람들과의

피치못했던이별을이야기하는

오랜벗과의고요한찻집

그리살지않으려고몸부림을쳤건마는

종시에이르른외로움

그쓸쓸한황혼녘의별리

빈껍데기에남은것은

온전치못한건강과

장성한아이들

한걸음에한숨

두걸음마다에눈물

뭘잘못살아온길인지도모르고

또정신없이걸어가야할

홀로된먼먼길

따사로운둥지가허물어지고

봄볕아래한숨짓는벗아

다시살자꾸나

이렇게봄바람이펄럭이는날에는

밭고랑둔덕에엎디어

바람으로살아가자꾸나

가끔씩외로움도

봄바람에쫓겨가는구름같이

정신없는현실에쫓겨가듯

그렇게살다보면

또서글픈한생애가그렇게그렇게

바람같이흘러가노니

최대한씩씩하게

현실을이겨내며살다보면

필경좋은날이오리니

그저건강만추스려

시골로머리를향하고살다가

어느날시골의품으로돌아오시기를

사람은자연에서살아야살아감의의미를

진정함으로알아갈세

그것만이

온전히나이듦의참다운의미임에야

긴이야기로굴암산을넘어갈제

뜸금없이목울대가먹먹해져

봄감기든것같이기침만으로

딱히할말을잇질못하고

맑은시내에귀를씻고

맑은계곡물에눈을씻자고

봄물결하늘거리는

연못둔덕에앉아

가는세월에

가느랗게실눈을뜨고

눈물한자락보태어보는데

바람에꽃이피고

바람에세월가고

또시작해야만하는한생애

저밭고랑에무심히엎드린

농투산이심정으로

또다시시작하자고

봄물오르는버들가지

그건너산의

봄날

몽오리를막틔우려는

벚꽃나무아래에서

잠시하늘을올려다보는

남몰래서러운세월

어떻게살아낸세월인데

어찌살아가야할먼먼길인데

마음에정갈히

밭고랑내고그둔덕을의지삼아

다시일어서서또가야할

먼먼길

오십고개를넘어육십으로가는

고단한고갯마루에서서

먼데를응시하는

가여운응시

그세월을

찻집의봄날에얹어보는

봄날

짐짓

아무렇지도않은듯살아가는

세월

벗아!

봄날이오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