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무릎

세상에서가장안온한할머니무릎

어린날

할머니무릎을베고누우면

읍내에서정오를알리는싸이렌소리가들려왔습니다

마루기둥에스피커에서

조금전에막

[김삿갓북한방랑기]를마쳤습니다

뒷곁돼지감자돋아나는울담아래

토종닭과노닐러노란나비가날아가면

귓속이아득해지면서

고요롭고평온해지곤했습니다

자꾸아득한잠속으로빠져드는것은

할머니의뜻모를노래가

항아리둠벙같이깊어갔기때문이었습니다

간간이콧속으로뒷곁의풀냄새가스쳐갔던가그랬습니다

모로누워마당쪽으로얼굴을돌리면

봉당아래까지놀러온햇볕이눈을간지럽히곤했지요

갑자기온세상이정지하였습니다

고얀히코피가나는듯콧속이알싸해지던

할머니무릎

그리고초가지붕추녀끝으로

흰구름이두둥실떠가면서

잠결로끄등겨가는바람소리

오동산으로황새가

너울너울넘어가면

풀냄새가득피어오르던

할머니무릎

세상에서가장행복했던

할머니무릎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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