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향로불꺼진밤에애태운지몇번인고


앞산저문빛은그린눈썹흡사하고


저녁녘저문구름일산처럼퍼졌는데


비단장막원앙금에짝지을이누구던고


금비녀반만드리워퉁소나불었더니


애닯다세월이란이다지도빠르던가?


마음속깊은시름답답하기그지없네


등불은가물가물낮게두른병풍속에


눈물진이몸을이뻐할이누구던가?


즐거울사이밤에

피리불어봄은오고


쌓이고쌓인원한후련히가셔주도록


가느다란금루(金縷)가락에술잔을기울이네


한스럽다그옛날생각하면애닯아도


이밤에도수심을안고외로이살수밖엔

쌀쌀한이른봄날비단적삼아직엷어

-김시습(1435~1493)의금오신화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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