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 고향

밭뙈기에거름을내다가펼쳐놓은들판을

봄바람이지나가는고향.

앞마당으로꽃이저리예쁘게도피었습니다.

조금있으면꿀벌이잉잉~나니는소리들려올것입니다.

목련도터지려고뽀송뽀송속살을비집습니다.

좀있으면봄마당가득하얗게눈부시도록피어날것입니다.

조봇한눈길을따라가다보면

그끝에는봄볕속에졸고앉았는마을이멀리에있습니다.

그마을에는파종하여싹을틔운농사철이왔습니다.

훈근한비닐하우스문을열고봄냄새를큼,큼,맡아봅니다.

그밭뙈기옆으로봄꽃이하염없이피었습니다.

너무이뻐서한숨만나옵니다.

오늘은실개천을따라서멀리까지가보기로하였습니다.

백로들이한가로히앉았다날아가는실개천.

봄풀들이실개천을덮어갑니다.

손으로뜯으면손바닥가득푸른물이묻어납니다.

졸졸졸소리가나는개여울.

가만히귀를모으면봄의전령이다가오는소리입니다.

신선한기운으로가득한실개천뚝방에

한나절을턱괴고앉아봄노래를불러봅니다.

당신은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개여울에주저앉아서

파릇한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봄바람에헤적일때에

가도아주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약속이있었겠지요

날마다개여울에
나와앉아서
하염없이무엇을생각합니다

가도아주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잊지말라는부탁인지요

하릴없이고요한마을로들어텃밭가에앉아봅니다.

봄볕아래앉아나직히부르는봄노래는마을로퍼져나아갑니다.

버리고떠난외딴집에도개나리가피어난봄.

언제쯤떠나간사람돌아올까요.

텃밭밭고랑으로봄볕이사위어갑니다.

정처없이봄바람을쫓아돌아다니던실개천고향.

저녁연기마을로들고

밭둔덕논배미로낮게잦아드는봄날이저뭅니다.

사람하나없는고요한마을로

대처에나간자식들소식만기다리는우체함만

저물어가는봄볕아래홀로.

실개천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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