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는 고향

동이

동이

그리움이고

서성이며

잠못들던날

고향도

사람도

옛것이아니련만

어젯밤도

너와놀던바닷가

마음에선하다

운정시인님의[기억의울타리에는경계가없다]라는

시집을들고먼길을달려복사꽃과수원에앉다

산에언덕에

-신동엽-

그리운그의얼굴다시찾을수없어도
화사한그의꽃
산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그리운그의노래다시들을수없어도
맑은그숨결
들에숲속에살아갈지어이.

쓸쓸한마음으로들길더듬는행인(行人)아.
눈길비었거든바람담을지네.
바람비었거든인정담을지네.

그리운그의모습다시찾을수없어도
울고간그의영혼
들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봄날이면언제나

내가몇안되게암송하는詩다.

고향에고향에돌아와도
그리던고향은아니러뇨,
산꿩이알을품고
뻐꾸기제철에울건만,

마음은제고향지니지않고
머언항구(港口)로떠도는구름.
오늘도뫼끝에홀로오르니
흰점꽃이인정스레웃고,

어린시절에불던풀피리소리아니나고
메마른입술에쓰디쓰다.
고향에고향에돌아와도
그리던하늘만이높푸르구나.


정지용님의[고향]이란시를읊조리는데

속잎피는먼산에서산뀡이운다

복사꽃이피었다고일러라

살구꽃이피었다고일러라

너이오오래정들이고살다간집

함부로함부로짓밟힌울타리에

앵도꽃도오얏꽃도피었다고일러라

낮이면벌떼와나비가날고

밤이면소쩍새가울더라고일러라

-박두진-

왔는가싶었는데어느덧

찬란한봄날이저물고있다

버리고떠난빈집에

복사꽃이처연토록아름답다

풀밭에앉아오오래눈을감고

아프고서럽게지나가버린옛날을그리다

저렇듯버리고떠나간초라한집

그꽃그늘아래서

……

나의집

-김소월-

들가에떨어져나가앉은메기슭의
넓은바다의물가뒤에
나는지으리

나의집을
다시금큰길을앞에다두고
길로지나가는그사람들은
제각금떨어져서혼자가는길
하이얀여울턱에날은저물때
나는門간에서서기다리리
새벽새가울며지새는그늘로
세상은희게
또는고요하게
번쩍이며오는아침부터
지나가는길손을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사월이오면

사월이오면은
향기로운라일락이우거지리

회색빛우울을걷어버리고
가지않으려나
나의사람아

청춘의노래를사월의정령을
드높이기운차게불러보지않으려나

-노천명의[4월의노래]中에서-

푸른오월

-노천명-

청자빛하늘이
육모정탑위에그린듯이곱고,
연못창포잎에
여인네맵시위에
감미로운첫여름이흐른다.

라일락숲에
내젊은꿈이나비처럼앉는정오
계절의여왕오월의푸른여신앞에
내가웬일로무색하고외롭구나.

밀물처럼가슴속으로몰려드는향수를
어찌하는수없어,
눈은먼데하늘을본다.

긴담을끼고외딴길을걸으며걸으며,
생각이무지개처럼핀다.

풀냄새가물큰
향수보다좋게내코를스치고

청머루순이뻗어나오던길섶
어디메선가한나절꿩이울고
나는
활나물,호납나물,젓가락나물,참나물을찾던
잃어버린날이그립지아니한가,나의사람아.

아름다운노래라도부르자.
서러운노래를부르자.

보리밭푸른물결을헤치며
종달새모양내마음은
하늘높이솟는다.

오월의창공이여!
나의태양이여!

님의말씀

-김소월-

세월이물과같이흐른두달은

길어둔독엣물도찌었지마는

가면서함께가자하던말씀은

살아서살을맞는표적이외다

봄풀은봄이되면돋아나지만

나무는밑그루를꺾은셈이요

새라면두죽지가상한셈이라

내몸에꽃필날은다시없구나

밤마다닭소래라날이첫시면

당신의넋맞이로나가볼때요

그믐에지는달이산에걸리면

당신의길신가리차릴때외다

세월은물과같이흘러가지만

가면서함께가자하던말씀은

당신을아주잊던말씀이지만

죽기전또못잊을말씀이외다

인생은마음속을지나고

자연은저기에있어

그리움은저홀로가득하구나

이미떠난발길은

걷고또걸어

노을흐르는냇가의마을들지나

어느山寺에깊은서릿밤묵고가는

無心한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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