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월 저녁 한 때

퇴근하고베란다화분을보러나갔다가

먼데서들리는개구리소리에이끌려산보를나서네유

이즈음의시골의저녁풍경은

저렇게고즈넉하니풍경이좋아서걸을만해유

어느풍경화가저만큼허것시유

요새온통송화가루가날려서

온천지가희뿌옇게

몽환적이기까지허네유

요런분위기두이삼이면끝이라서

어여소나무에핀송화를구경들허세유

남들은산에들에핀진달래개나리만이뻐하지만서두

지는소나무에핀松花

소나무꽃도좋아해유

가만다가서서

손가락으로톡,건드리면

유년의추억들이노랗게피어나는꽃

송화

윤삼월절기가이렇게지나가네유

걸으면서박목월님의[윤사월]을암송허면서걸어유

모판에비닐을걷어내고

이제모를쪄내서

곧모내기를하게생겼어유

저녁의시골풍경이

이즈음에는목가적이기까지해서

저녁산책나가기참좋은절기여유

산아래외딴집텃밭에금낭화가어여뻐서

발길을멈추고한참을들여다보네유

공단치마차려입고

신행가는새색시같이삼큼하니가녀린꽃

금낭화

일어나걷다가

다시돌아가앉아서

손으로쓰다듬으며이리저리매만져보네유

손에감켜드는청냉한꽃의감촉

자연에서얻어지는고귀한행복의감촉이여유

나도꽃이라고

내바짓단을잡는꽃

그래너도꽃이구나

고향집

텃밭에핀파꽃

고양이손도아쉬운

농사철의시작

고단한몸을쉴곳

고향의부모님의일상이끝나는저물녘

이즈음이면어느초가지붕마다

굴뚝으로저녁연기피어오르곤했지유

밭가에앉아

어릴적동요도불러보고

내좋아하는나훈아의고향노래도

몇소절불러보네유

우리어머니들이고단한밭일을끝내고

동네어귀까지돌아오면

울담장아래로

애기똥풀이노랗게피어나곤했지유.

나도꽃애기똥풀이어유

그래너도꽃이구나

앙징스레귀여운애기똥풀핀

삽작거리에서

밭일을마치고돌아오시는

어머니를맞이하려뛰어나가던고향집이

눈에삼삼한저녁이네유

어머니를기다리며

초가지붕을올려다보면뜨던

초저녁별의영롱한빛을기억허세유?

그저녁

고얀히콧잔등이시려오면서

뜸금없이오줌이마려워변소를들락거리던

아득히멀고도먼유년의그리움

저는어릴적부터

그리움의정체가무언지확실치는않았지만

어딘가로향해지던그리움에많이익숙했었나봐유

어른이돼서도

줄창그리움은내가슴언저리를떠나질않고

항상가슴자리를촉촉하게허곤하네유

지금도저런

시골집대문앞에서면

막연한그리움에깊이젖어들곤혀유

이제는가고없는세월저편의

아리아릿한그리움의황폐

골목쟁이를돌아나가도

나를따라오는저풍경

어머니의작은등짝같이초라한

갈래갈래손바닥실손금같은

그리움들이따라오네유

버리고떠나온시절

나를잊은지오래인세월저편에서

발길을서성여보는데

저녁바람한줄기가가슴한구석을

서늘하게건드려놓고가네유

가난하지만

행복했던저세월이

아득히저풍경속으로지나가네유

지금이라도

초동친구를부르면

저녁을먹다가숟가락을놓고

나올것만같은고향의저물녘

바람벽아래서

땅에금을그어놓고

네땅이니내땅이니다투어가며

놀이로땅을넓혀가던천진하던기쁨도

저고향의골목쟁이바람벽아래였지유

늙으신부모님이

허리굽혀힘겹게고랑을만들어

깨끗하게밭고랑을갈무리하고일궈

모종을마치셨네유

그밭위로송화가루가

옅은띠를형성하여날아다니는

고향의저물녘

논배미가득개구리소리가

꽈드득,꽈드득,

개골,개골,뽀로록~

정겨웁게들려오는

저논배미아래로짙어지는나무그림자를지나서

집으로올라오는윤삼월저녁한때여유

엊그제청등산산자락에서캐온

엉겅퀴뿌리를넣고삶은藥水가

무미무취로얼마나뒤끝이개운한지몰러유

거기다뽕잎어린순으로살짝무쳐낸나물에다

취나물의쌉싸롬한맛

고들빼기나물과

그뿌리를통째로씹어가며

마시는볼그족족한

한잔술

거실가득

퍼지는청국장냄새

그리고

멀리논배미에서는아득히들려오는

개구리소리가아련한

윤삼월의

저물녘이네유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