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벌판에 뻐꾸기 소리

퇴근하고베란다로나가니

아카시아짙은향기가

코끝으로진하게

지나간다

바로

자전거에올라
梨月벌로달려나갔다

아카시아주렁주렁달린

나무아래서서

후각을최대한끌어들여

들판을건너오는싱그러운바람을

폐부깊숙히들이마시다

모내기가한창인

들판마다모내기로분주하다

절기에서
연중의최고인
上달

반듯한농로길에서

페달을한껏밟아달려가며

어릴적동요를불러보다

~~동구밖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활짝폈네~~

멀리에서들리던뻐꾸기소리가

가깝게들려온다

아카시아가쟁이를당겨

꽃무더기에코를대고눈을감는다

한참후

눈을뜨니사방으로피어나는

하얀찔레꽃

조팝꽃가득하던자리에

찔레꽃이여기저기하얗게피어나다

바로옆논배미에서

모내기이양기소리가들려오고

나무에는새소리가가득

아카시아향기그윽한

논길을따라가는

마음고요타

모판을내다가

논가에즐비하게늘어놓은풍경이

싱그럽다

들판한가운데서서

들판을건너오는맑은바람에

온몸을내맡기다가

다시

논둑길을걸어본다

이얼마만에걸어보는눈둑길이던가

발밑으로닿는폭신한흙의감촉

벌판을건너온

들바람에논물이파르르~

흐르는도랑물에

물풀이눕는모양을바라보며

김소월의[풀따기]를암송해보는

모내기들판

우리집동산에는풀이푸르고

숲사이시냇물모래바닥은

파란풀그림자떠서흘러요

그리운우리임어디계신고

날마다피어나는우리임생각

날마다뒷산에홀로앉아

날마다풀을따서물에던져요

흘러가는시내의물에흘러서

내어던진풀잎은엷게떠갈때

물살이헤적헤적풀을헤쳐요

그리운우리임어디계신고

가엾은이내속을둘곳없어서

날마다풀을따물에던져

흐르는잎에나말해보아요

물아래에

봄풀

수로옆

봄쑥

명경같이고요한

논그림자위로

뻐꾸기우는모내기들녘

저산모퉁이를돌아가면

과수원길풍경이

펼쳐지고

뻐꾸기소리그치고

이내

고요한

천수답논배미

다시

이쪽산

저쪽산으로옮겨가며

열락으로울어대는뻐꾸기소리

자전거를내쳐달려

윗배미로올라가니써래질로바쁜

농군의마음분주하다

수로를따라

논물이들어오는풍경에

넉넉해지는농군의마음

이내

해가기울고

마을로저녁어스름이드리우고있었다

마을로들어가는농부의

고단한뒷모습을바라보면

마을뒷산으로하얗게피어나는아카시아꽃

水門에앉아

저녁해를지그시바라보다가

자리를털고일어서서

텅빈

빈들판으로

전봇대만남아

먼산의뻐꾸기소리를듣는다

아,

생각해보니

안해가저녁을해놓고

내가돌아오길기다리겠다

페달을힘껏밟아

들판을건너고

야트막한뒷동산을넘다가

고즈넉한저녁풍경을또만나곤

그만또다시눈둑에퍼질러앉았다

그리고

정희성님의

시한소절을읊조려본다

흐르는것이물뿐이랴

우리가저와같아서

일이끝나저물어

강변에나가삽을씻으며

거기슬픔도퍼다버린다

스스로깊어가는강을보며

쭈그려앉아담배나피우고

나는돌아갈뿐이다

하염없이논둑에앉았다가

어둑어둑날이저물어

집으로가는길

아카시아향이

산을내려오는지

산아래를지나는골에

향기더욱짙다

멀리

서산마루에지는저녁노을

아득히

먼산에서

등뒤를따라오는뻐꾸기소리

저녁

뻐꾸기소리

저녁

먹뻐꾸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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