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BY glassy777 ON 6. 8, 2012
엄니가많이안좋으시네유
아부지기신하늘에도
들녘에모내기다마치고
왼종일뻐꾸기울던가유?
저녁마다논배미로내려가
뒷짐지고거니노라면
개구리소리가득하고
자주아부지생각이떠오는
요즈음의절기네유
엄니께서인쟈정신이온전치못하셔유
자꾸어지러운말씀만부쩍늘어가네유
자주집안곳곳에앉은자리에서큰일을보시고
냄새를피워대시며자꾸딴소리만연거푸해대시며
매일이런저런일들을끊임읎이만들어내시는통에
수발하는며느리두한의원댕겨가며
고생이이만저만이아니구먼유
하루에열두번은같은소리를반복하시는것이
아뭏케두이응기력이시원찮아지셨구만유
밤낮도헷깔리시구
지팽이두짚지못하시게보행두힘드시구
말씀두후렴구가희미하시구
귀가어두워져서맨날엉뚱한말씀으로
되돌아오는말들마다맥이탁,빠지는구먼유
옷을죄가져다버리시구는
입을옷조차없어서
오일장에서자꾸옷을사야만되네유
지두퇴근하여집에오며는
엄니땀시어지러워유
이젠어린간난아기가되신
엄니생신이돌아오네유
아부지두아시지유?
모쪼록에엄니아프시지마시게끔만해주서유
그냥편히기시다가아부지곁으루
모시게해주서유.
어따대고누구와얘기할곳두읎네유
아부지께이렇게라두글월한장
써서부치면나을라나허구선에
편지를써보는저녁이네유
지금쯤고향집울안뒷곁에는상추가실했지유
핵교댕겨오며는마루에서
상추쌈을싸서점심을드시던아부지가기셨지유
텃밭에퇴비거름을내시다가들어오셔서
싱그러운표정으로상추쌈을드시던
그고향집마루에걸터앉으면
뻐꾸기한나절울어대던
그고향집
아부지기신하늘에도
들녘에모내기다마치고
왼종일뻐꾸기울던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