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엄니의88세생신을기억하시고

먼길을달려오신

팔순의외삼촌

얼마전에위암수술을하시고

기력이회복되지도않으신노구를이끌고

세상에단둘만이남으신남매지간의

정을나누시려외숙모와함께오셨다

음식을단촐하니싸서

야외로나가그늘에앉아이런저런이야기를

나누는데시원한산들바람이지나가다

외삼촌께서도음식점아닌야외에서의

소풍같은식사를아주흡족해하셨다

먼길을찾아온보람도없이

당신누이께서는치매로알아보시다가

또누구시냐고묻기만반복하시며

외삼촌을서운케하신다

"세월이이렇게가는데우티키햐."

"전이가누구여?"

"그래두저렇게건강은하시니됐다."

"저남자는누군데우리한데왔댜?"

엄니의엉뚱함으로

자꾸서로간에딴소리만반복하시는

팔순의두남매양반

마을서당훈장이셨던

외할아버지께서

그당시산골벽촌에서는엄두도못낼

고등교육인고등학교까지가르치셨다가

갑자기돌아가시는통에졸업을마치지못한아쉬움을

오래도록회한이되어토로하셨다

지금세상으로치면

대학원이상의학벌을마치시지못하신

아쉬움이크셔서서두고두고

가족사이야기끝에토로하시곤한다

그명석하심으로

6.25사변이나자마자포병계산관측병으로

전선을누비며죽을고비를몇번넘기신무용담을

아주재미나게풀어내셨다.

"아?거리계산을조금이라도잘못하믄아군머리위로떨어져."

"정신없으셨겠어유."

"그으럼.그래도정신똑바로해서좌표를정확히찍어계산해야혀."

"삼촌계산실수면여러명전사하것네유."

"그래서이삼일잠을못자도절대졸거나정신을놓지않았어."

"진짜배기군인정신이셨네유."

"그러니우티캬.내가방심하면수십명이죽어나자빠버리는데."

국가유공자로사후에는국립묘지로들어가신다고

나름의국가관을역설하시며

자랑스러워하셨다

엊그제청년이셨는데

이제어느덧팔십을넘기셨다는

생의아쉬움

생전에두양반께서몇번이나

얼굴을마주하시겠는가

한세대가지나간다

저들판꽃자리를지나가는산들바람에

지난이야기는끝임없이이어지고

외삼촌의애끈하고아쉬운마음도전혀모르시는

어머니의세월이저렇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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