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冊

나는책을좋아한다

마음의평형이기울다싶으면

나는서가에서책을내려읽는습관이있다

책은마음을다스려줘서좋다

아무리잡풀로무성했던마음이라도

안뜰을정갈하게

잡풀을매주는고요함에드는書冊

오늘은고요로운마음으로책을읽으며지냈다

그중에서도유독정감이가는책은

박완서님의

단아한문체와마주앉는일이다

사방으로책을빼곡히둘러치고

많은책속에깊이빠져들어지냈던내젊은날

그행복한책읽기로

해가뜨고해가기울면서

날이가고

달이가고

해가가던

세상천지간이

온통푸르렀던그젊은날

책속에서의행복했던나날들

아득히

지나간옛시절은어제일같기만하고..

그당시

[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로

겸손하신박완서님과진지하게만나게되었다

결코다른작가처럼심오한뜻을넣으려고도않고

아름답거나멋진문장한줄행간에숨기지도않으면서

어머니의행주치마로얼굴을감싸안던

그런편안함으로쉽게읽어지던

박완서님의책세상

오늘다시금오랜책을꺼내손으로쓰다듬으며

바람이넘나드는거실에서이리저리

자리를옮겨가며아껴읽었다

옛날에읽고꽂아두었던책이었음에도

다시금되새김질을하는황소의마음으로

나무의자에앉아서읽다가

엄니냄새가득한

어머니방흔들의자에서흔들흔들읽다가

쑥을뜯어다말리는베란다통마루에나앉아

짙은쑥향기에취해읽다가

잠시읽던눈길을거둬

먼산바래기를하다가

차한잔을마시며무연히창아래에앉아

눈부시게쏟아지는초여름의햇살을

그윽히바라보기도하다가

저녁해거름녘

462쪽의넉넉한책읽기를마쳤다

그러면서

어스름먼산으로저녁구름어두워지더니

논배미마다개구리소리들려오기시작하였다

나는책을좋아한다

마음의평형이기울다싶으면

나는서가에서책을내려읽는습관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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