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오누이

어머니는좀어떠시냐.

그만그만하셔유

그러냐.거너희가고생이참많다

더운데외숙모는어찌지내셔유

다름아니라애호박을좀보낼려구허는데주소좀알켜다오

택배보따리를풀어보니

팔순의외삼촌내외의정성으로가슴이뭉클했다

세상에둘만남으신오누이

중학교다니던옛날의시골집에는

외삼촌께서절기가바뀌는시절마다

30리먼길을자전거를타고어머니를뵈러꼭다니러오셨다

어린마음에는그저자전거를타고노는일이좋아서

외삼촌이오시면마냥좋아라했다

아침나절오셔서

할아버지계신사랑방에오래앉아계시다

점심도드시고저녁나절쯤에다시장산골인외가로돌아가시곤하셨다

지금사어른이돼서돌아보니

외삼촌같이누이를챙기는마음이쉽지않음은물론

결코흔한형제愛가아님을알게되었다

외할아버지께서마을서당의훈장이셨기에

아마도외삼촌을자반고등어한손들려보내셨을까?

아님그때나지금이나누이를살펴주시는다정다감함으로그리하셨을까

일전에어머니를찾아먼길을오셨던날

깊은치매로저아저씨가누구냐고

당신의하나뿐인동생조차도몰라보시는어머니를

측은히바라보시던표정을

곁에서지켜보면서

함께노년기를걸어가시는

황혼의오누이사이의애끈한남매지정을뵈었다

날씨가덥다보니

택배오는중에상자밑에는벌써애호박이물러버리고말았다

안해가썰어대는애호박을

소청마루에퍼즐을맞추는동심으로돌아가

외삼촌의어머니께로향한마음을

곱게펼쳐널었다

엄니좋아하시는호박된장국도끓이고

내가좋아하는고추장양념의감자볶음도만들고

엄니밥상의밥도둑인꼬소하고구수한호박전도부쳐드렸다

외삼촌의택배에는

황혼의아름다운오누이의정이한가득담겨

나의마음안뜰에형제愛를말없이가르치고계셨다

저뭉게구름피어오르는

하늘저편먼미국땅에

작은누이는몸건강히잘있는지

애틋한남매지정을보여주시는

팔순의외삼촌같이

나는씨애틀의작은누이에게

어떤남매지정을품어안고살아가는고

누이야,

……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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