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는 길

고향마을생가터에서논배미건너를망연히바라보다

봄이면삠보기를뽑아껌을만들어씹으며함께뛰어놀던앞동산은저리고요한데

며칠새또초동친구하나가저고향하늘높이흐르는구름저편하늘로돌아간단다

그순영이네집뒤늙은감나무한그루를지키며살던홀어머님은어제아들과이별하러올라가셨다

눈앞이아파오면서화끈거리는고향앞논배미한가운데서서친구를생각한다

유년의나날을함께뛰어놀던저고향앞버드나무와저수지로흐르는개울가에서호드기꺾어불던날들

함께강릉으로갈고향친구서넛을기다리며턱괴고앉아무연히고향마을을바라본다

서울종로에서학원강사를십수년하다가조기퇴직압박에몇년전강릉에팬션을큰규모로짓는가싶더니

여기저기빚을내고또치이며그스트레스로5년전대장암이발병수술후조금잦아드는가싶더니

빚더미로인한스트레스로연신줄담배를피워대며수술후유증을견뎌내며열심히살아가나싶더니

벌려놓은팬션사업으로인한경제적난관을극복하려고본의아니게도

여러동창들과친구들에게꼬리에꼬리를물고선의의피해를입히게되었던것이다

사기로몰려동창회도못나오고고향에도오질못하던나날들이많아졌다

친구도잃고고향도잃고

가끔명절에나밀린회비납부겸향우회에서만나곤했지만

그의건강은결코좋아보이질않았다

종국에는암이폐로전이되어시한부판정을받으며그예끈과욕이화를부르고야말았던것이다

그를조상하러강릉가는길에서우리살아가는삶의방식에대해친구들과이야기를나누었다

누구나살아가면서곡절이야왜없겠냐마는그살아가는방식에는많은차이가있는것이다

며칠전에만난잠언한마디를차안에함께가는초동친구들에게읽어줬다

너무크고많은것을혼자가지려고하면

인생은불행과무자비한칠십년전쟁인것이다

상가를방문하여문상을하는데조문객이우리뿐이다

내일이발인이면오늘조문객이많은날저녁임에도조문객이없는쓸쓸한상가

어찌살아내야하는가에대한무거운침묵들이흐르며자정이넘어가고서야

내일장지로다시모이기로하고는고향으로다시길을되짚었다

강릉을오가는路上에서우울한심사로깊어지는삶에대한깊은관조

우울한심사로돌아오는밤길에유월열하루상현달이

차창으로두둥실떠서고향마을까지따라왔다

나는어떻게살아야하는가

한생애왔다가빈손으로가는이승에서

누구를만나누구와함께어울려사람다웁게어찌살아갈꺼나

돌아오는밤길친구차안에서

생태마을관장이신베네딕또황창연신부님의강론을들으며

아프리카수단에서큰삶을아름답게사시다하늘나라로가신

이태석신부님의한생애와신부님의인생론을

침묵으로들었다

오늘이행복해야내일이행복한것이지

오늘을담보로내일의행복을기약하는것은불가능한일이며

그렇게얽매이며살던자식들로부터스스로놓여나

제일가까운반려자인부부가서로화합하여위해주며살아가는행복이

이세상의제일의참행복이라는강론을들으며

집으로돌아오는신새벽

살아서내내

고향에돌아오지못하다가

죽어서야고향에돌아와편히눕는초동친구

어찌살아야하는지에대한자문자답을구하면서

다시금나를돌아보는묵상에잠겨본다

너무크고많은것을혼자가지려고하면

인생은불행과무자비한칠십년전쟁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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