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지난여름

저리지나가고

청랭한바람으로아침을깨치는

해맑간가을날

오랜만에적토마에올라가을이오는

길을달려나아가다

오십령을넘어

육십령으로넘어가는

인생길

지나온인생길자욱마다에

가로수그림자되어

하나하나뒤로멀어지는

아뜩한길

큰산이앞을막아

먼산마루를올려다보는

길이끝나는곳에서

또다른길로연한길

가을잠자리어지럽게

앞을날아다니는

어느산마을아래외딴집이바라다보이는

논둑길에앉아

발치께로다가선가을을맞다

지난여름

모진태풍이지나가고

비바람천둥을꿋꿋히견뎌내고

알곡으로고개를숙이는

논길에앉아

오래도록전하지못한안부를전하노니

낮은소리로부르는옛노래

논배미저편으로

멀어지는길

여기가어느마을쯤이더냐

먼길을달려온긴여로에서

잠시쉬어가자고

멈춰보는길나그네

눈부신가을볕에

눈을감고

풀벌레소리를듣다

멀고

먼길을돌아

한세월흘러온길

가을배추를심는진중한마음으로

다시금시작하는

이모작으로들어서는인생길

흙탕물로혼탁스럽던

지난여름을이리

지나온길에서

맑은시내흐르는소리로

마음안뜰을씻어보는

고요로운길

하늘은점차높아푸르러가는

가을벌판에서서

가슴으로맞이하는

바람

아무도가지않은낯선길

그길에서호젓하게

한발두발

걸어갈

여생으로이어지는길

바람도함께넘어갈

뭉게구름피어오르는

그길에앉아

나직나직암송해보는

가지않은길

노란숲속에길이두갈래로났었습니다

나는두길을다가지못하는것을안타깝게생각하면서

오랫동안서서한길이굽어꺾여내려간데까지

바라다볼수있는데까지멀리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똑같이아름다운다른길을택했습니다

그길에는풀이더있고사람이걸은자취가적어

아마더걸어야될길이라고나는생각했었던게지요

그길을걸으므로그길도거의같아질것이지만

그날아침두길에는

낙엽을밟은자취는없었습니다

아,나는다음날을위하여한길은남겨두었습니다

길은길에연하여끝없으므로


내가다시돌아올것을의심하면서

훗날에훗날에나는어디선가

한숨을쉬며이야기할것입니다

숲속에두갈래길이있었다고

나는사람이적게간길을택하였다고


그리고그것때문에모든것이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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