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친구
BY glassy777 ON 9. 8, 2012
고향의친구들이
오래간만에찾아오고
멀리도회지에서도
보고픈마음에연락을받고달려온친구들이
열두엇이되어반가운악수를나누며
오래도록통음을하였다
이제자식들혼사를알리는청첩이나
부모님을여위고부고를앞에놓고
그렁그렁만나지는친구들이되었다
어느친구는그새폭삭세월에늙어
잡은손이앙상하여흠찟
어느친구는머리에가을서리내려
주름진이마를덮고
어느친구는홀로사는일이서럽도록고달프다고
구석진자리에서계속술만거푸마시고
어느친구는농사를뼈빠지게지었건마는
이것저것제하고나니빈손이라고
어느친구는이승에서는만나지못하게되어
아예보이지않아잊혀지고
그렇게나를찾아온친구들과
한없이이어지는이야기로
늦도록통음을하고일어난아침
엊저녁
안골살던용*가내곁으로다가앉아
자꾸만술잔을부딪는다
초등학교를졸업하고
한번도만나지못하다가
어느날에갑자기
아무도없는고향집으로홀로내려왔다
고향친구들이십시일반으로도와
집을대충손을봐서
찾아온고향친구를맞아주었다
얼핏보아도삶에지쳐서
더이상버틸기운이없어보이는친구를
우리모두는아무말도묻질않았다
그냥오다가다가
묵묵히바라만봐줄뿐
눈빛만으로도알아차릴이야기였다
바람이불면후두둑넘어질몸으로
농사를짓겠다고했다
노모님이돌아가시고방치된
눅눅한집안팎을고향친구들이모여
건설업을하는친구가기술자를데려와
손을본집이집모양새를갖춰갔다
그리고역시홀로되어
같은동네함께사는형*이와
함께어울러고추농사를시작하여1,500평지어
태양초를만들비닐하우스를한동짓고
여름내땀방울을흘려서얻는고추가판로를찾지못한다
고추끔을자꾸끌어내리는
알팍한장삿속의농협을원망하고
고추따는품삯이올라일당7~8만원을인건비로
건네야만되는고추농사를묵묵히술잔을들면서
그한해농사과정을들어주었다
같이어울러농사를지은두친구모두
건강이말이아닌데도그힘든고추농사를마친것이
너무도대단하다고격려성말이몇차례건너가다보니
친구가대취하여자꾸눈물을보인다
나도자꾸마음이짠하여
막걸리잔을자꾸털어넣었다
한패거리는당구장으로떠나고
또몇은슬몃집으로돌아가고
다식어빠진찌개를다시뎁혀막걸리를또한주전자를시켜
지난한철
한스러운세월이야기를들려주었다
어찌할것인고
오십중반을넘어가면서
이미서산일락황혼빛이이마에어리는
쓸쓸한저녁빛을
어찌손바닥으로가릴것인고
이제고향으로돌아왔으니
오다가다가들러함께하는시간을자주만들어
서로간의세월을다독여주는친구
그런친구가되어
황혼기를걸어넘는고단한친구의
등바람이되어야지생각하며
책을펴들고앉아도연명의漢詩를읊조리는데
고얀히마음에부는갈바람이
쓸쓸하고서늘타.
種苗在東皐
동쪽언덕에살면서곡식씨앗을뿌리니
苗生滿阡陌
싹이자라둔덕에가득하다
雖有荷鋤倦
호미메고김매기가진저리나기도하지만
濁酒聊自適
막걸리한잔에즐겁기만하다
日暮巾柴車
날이저물어나무한수레를덮으니
路暗光已夕
길은어둑하여이미저녁이되었구나
歸人望煙火
돌아가는사람들은저녁연기와불빛을바라보고
稚子候簷隙
아이들은처마밑에서기다린다
問君亦何爲
그대에게묻노니또한무엇을하려는가
百年會有役
일생에반드시할일이있을것이네
但願桑麻成
바라기는뽕나무와삼나무가잘자라고
蠶月得紡績
누에치는달에길쌈을할수있었으면
素心正如此
원래마음이와같이소박하니
開徑望三益
좁은길열어놓고좋은벗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