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유정천리

가을이깊어적토마에올라

산을넘고들을건너바람을가르다

높은산을넘고

들판을달려당도한

작은소읍에서말고삐를매고

무연히

옛생각에잠기다

그곳에는

내지나온오십평생이

초라한풍경으로

나를기다리고있었다

나는어느골목쟁이쯤에서

저낡은우체통을바라보며

누구를기다리고살았던것인고

이리저리복잡하게얼킨

전기줄의난마처럼

그렇게살아온한평생

오도마니가을볕아래앉은

지나온한세월이

씀벅씀벅

가슴한켠을아릿하게한다

내그리워하는사람은

저시골소읍구석댕이다방에서

아직도

나를기다려줄까?

아직도잊지않고

저낡은자전거를타고서라도

먼가을길을달려와

나를만나줄까?

가을이면

항용그리워하던것들의

이쓸쓸함의정체는

무엇일까

낡아가는지붕위를

흘러가는구름에게얹어보는

혼자된마음

그들은이미

나를

까마득히잊고살아가리니

우표도팔지않는

그래서우체부도없는

낡고초라한

가을우체국앞에서

하염없이서성이며

누군가가마냥그리운날

목이메이는

쓸쓸한나그네심사에

막걸리한사발로

가을볕을가려볼세

길이끝나는막다른골목쟁이에서

어지럼증으로비틀

적토마를쉬게하고

퍼질러앉아눈을감는데

눈앞으로왈칵,달겨드는

저멀고먼저편의

그리운황폐

하릴없이

눈부신가을볕아래

한식경을앉아

구름을바라보다가

가을바람따라날아와

옷깃소맷단에앉았다가는

고추잠자리한마리를무심하니바라보다가

다시금적토마고삐를당겨넘어가는

한적하니쓸쓸한가을길

여기가어느메산골이더냐

물맑고바람좋은

청풍명월고장이로세

아침나절부터달려온

먼길에서시장끼가드는구나

저수지뚝방에말고삐를매어놓고

적토마그늘에앉아

작은소찬을펼쳐놓고

무연히먼들판을바라보며

옛노래를부르다가

안해가먼길을떠나며요기하라고

말안장에얹어준음식으로

마음에점하나를찍다

수변가에앉아바라보는

건너편가을풍경이

눈물겹도록아름다운

가을깊어고요로운

한낮의적요

뚝방에쪼그려앉아

하염없는마음이되어

떠나질못하고

물아래구름을바래다

내지나온

오십평생의우두커니와

오래도록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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