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생리대
엊저녁

안해는월요일에도회지병원에서진찰받을일이있어친정에남고

밤중으로혼자집으로내려왔다.

열쇠가없는데현관을잠궈버리시지나않았는지

에미가식탁에차려놓은저녁식사는드셨는지

가스불을만지지나않으셨는지

집안구석구석을다열어보시다가시들해지셔서

찾아오시지도못하시는양반이밖으로나가시진않으셨는지

처가에서푸짐하니차려내는저녁식사자리에앉지도못하고

오리백숙과찹쌀죽을밀폐용기그릇에담아주기에

엄니좋아하시는죽을식기전에드릴요량으로서둘러내려오는

고속도로에서부터염려가됐다.

다행으로현관문도잠겨있지않고

엄니방문을슬몃여니

세상모르시게주무시고계셨다.

옥장판온도를높여드리고요강을다시내다가씻어서들여놓고

내일입고가실융이들어간몸베바지와

문갑구석진서랍에서엄니팬티를꺼내서

내일아침주간보호시설에가시게끔

안해를대신하여점검하다가

엄니의팬티에붙은생리대를챙겼다.

이제달걸이(생리)용도가아닌

어머니의생리대는소변용생리대이니

생리대의범위가젊은사람과늙은노모님의쓰임새가변하였다.

당신팬티에며느리가미리붙여개켜넣으면

그것들을꺼내방바닥에널어놓으시고그것을죄떼어서

서로들러붙게맞붙여놓으시는일을소꼽장난하시듯반복하시니

안해가애꿎은생리대만자꾸사다날르게끔하신다.

일전에

어머니의빤쓰에삭은고무줄을갈아넣는안해의어깨너머로

꽃무늬어여쁜어머니의빤쓰에눈길이가던

지난일요일의한가로운거실의풍경을물끄러미바라보았다.

안해에게드는

미안코고마운마음과

뭣도모르시고허공만짚으시는당신의눈길.

안해가엄니께큰목소리로

알아들으시게또박또박일러드려도

그저모르쇠로일관하시는어머니.

평소어머니방을최대한깨끗하고정갈하게해드리려고

안해는정성들여노력을한다.

어머니의생리현상에맞춰그를갈무리해드리는일이

보호자인자식된도리가돼버린일상이돼버렸는데

정신줄을놓으시고자꾸이상행동을보이시는일이점차많아지면서

목욕도싫다시고옷을갈아입으시는일을어린아이투정부리듯

안해에게지청구를엄청놓으시는데중간에서악역을자처하여

억지를부려가며안해편을들어야만하는자식된불초.

요즈음에들어

부쩍생리대사용할일이많아지신어머니.

오늘아침에도밤새안녕하신가문을슬몃열고보니

그예의생리대를팬티에서붙였다떼었다반복하신다.

다용도실에는일전에사다놓고준비하여쟁여놓은기저귀겸

대,소변용도큰생리대를

눈에잘보이게끔비치해놓았다.

팔십중반부터급격하게어린나이로회귀하시는현상들이

두드러지시는어머니.

점차어린아이생리현상으로돌아가시는모습이완연하시다.

지난달부터주간보호센터에서돌아오셔서는

이젠당신방도찾질못하신다.

뿐이랴

짜증을내시거나화를내시는일도

올해부터는전혀없으시고그냥

의미없이웃기만하신다.

작년까지는내출근하는모습을꼭보시려고

베란다소청마루로나가앉아내려다보시던행동조차

올해부터는까마득히잊으셨다.

이러다가자식이며며느리조차몰라보시는것은아닐까모르겠다.

출근전살짝엄니방에들어가생리대부산물을거둬다가

갈무리를하다가문득

뒷베란다로보이는가을빛논배미를바라보는데

고얀히눈가에이슬이맺히는것이었다.

아,어머니날낳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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