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곡의 회상 ] 타인들

그와나는

고등학교2학년에서같은반으로만났다

같은문예반에속하면서

급속히가깝게지내게되었다

그는엄청가난하여서울변두리어느달동네

하꼬방단칸집에살았다

그와나는방학이면남산국립도서관에서

많은책들에허부적거리며지냈다

허부적거렸다는표현이정확했다

사춘기고등학생에게는버거운

염세철학자쇼펜하우어에심취하여

그와나는다투어도서대출을받아책속에머리꼭지까지

파뭏히듯여름한철을보냈다

머리가복잡해지고난해한책의행간에서

잠시비켜앉아2층음악감상실에서

검은커튼이드리운어둠속에서

눈을감고음악에깊이들기도했다

그리곤남산의가파른계단을올라반대편

장춘단공원까지내려가헤어지곤했다

나는내자취방에그를데려오곤했는데

그는한번도나를자기집에가자는소리를안했다

비교적교우관계가활발했던나에비하여

그는언제나혼자였다

가을

어느날의이즈음

학교계단에앉아해가뉘엇뉘엇지는데

그가청승맞게도문주란의[타인들]이란이노래를내게불러주었다

노래를다부르고는한동안저녁노을이지는

서편하늘을바라보다가

무릎에얼굴을파뭏고흐느껴울기시작하였다

그분위기에뭔가나도노래를불러야한다는

어색한분위기에그당시한창유행하던

진송남의[고향처녀]인가로

기억되는고향노래를불렀다

그는알듯말듯한가족사를처음으로내게털어놨다

막노동을하시는아버지와

공장에다니시는엄마

그리고누나와동생이야기

그리고는곧이사를하게돼서

전학을생각하고있다고했다

동네이름이빨래골이라고했다

나는속으로무슨시골동네로이사를가나보다했다

그렇게가을이끝나가는어느날

학급게시판에두툼한소나무껍질에흰물감으로

윤동주님의[자화상]이란시를써서붙여놓았다

그리고그다음주에전학을가고말았다

유일하게친하던내게

주소도남겨놓질않고떠났다

여드름이빼곡하던얼굴에수심이가득했던그는

수업시간중간에운동장을가로질러

가방을옆구리에끼고교문을나서다가

한차례뒤돌아교실쪽을바라보고는

이내사라졌다

그렇게연락이끊긴채로지내다가

이듬해

다시그의소식을전하는편지가

자취방문틈에꽂혀있었다

이제묵은커튼을조용히내리고싶네.
한줄기김이시커먼난로위주전자꼭지에서
생겨사라지곤다시진동이시작되는한적한오후이네.

친우!
쾌"묵은커튼을걷으려버둥거리네만
자꾸휘감기기만하네그려.

이제는낡아버린책가방을찬물에담그며
나자신이외롭게만생각되어
엄마같은울음소리를내고싶네.

어떤인간을더사랑해야하고
더이상어떤삶을영위해야하는지….

어느누구를붙들고언니!..언니!..라고
불러보고싶었던심정이누구에겐가
거짓말을못하면미쳐나동그래질것같네그려.

죽음이뭐냐고묻던나의막내동생은
숫제생각하지말기로다시는생각하지않기로
작정했다고귀뜸이네.
(그것도비밀이라고이불속내귀에다속삭이네.)

"하느님!우리는인제….
정말인제는….
외롭게만살고싶습니다
어느누구를영원히사랑하지않는한…."

친우!
멀리날아가서사는철새가된다해도
필히생각하겠네.
우리우정은알찼었다고….

못난녀석을사귀어
마음의동요나시간허비가
되지않았는지….

안녕!


그는이편지를마지막으로

스스로이세상을등지고말았다

대학입시로정신없던이유와

아직어른이아닌나로서는

그를찾아가조문할엄두조차없었다

지금서산으로지는석양을보면서

이세상에서는만나지지못할

친구생각을하며

이글을마친다

그가을

그교정의계단에서

떨리듯미성으로부르던노래

[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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