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서귀포 당신

울지마세요
돌아갈곳이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곳이없겠어요
구멍숭숭뚫린
담벼락을더듬으며
몰래울고있는당신,머리채잡힌야자수처럼
엉엉울고있는당신
섬속에숨은당신
섬밖으로떠도는당신
울지마세요
가도가도서쪽인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곳이없겠어요

가도가도서쪽인당신/이홍섭/세계사/2005년08월


서귀포

당신은기억하시나요
안개가몽환적으로어른거리던
서귀포그바닷가언덕배기
당신은앞서걷고나는뒤를따라걸었지요
가다가등을내주었던가요?
행복가득한그길에는
장미꽃이피었던가요
수선화가피었던가요
젊은날
하늘위구름속을거닐던
그날들에서
이만큼세월이흘러
이렇게가뭇합니다
청춘은가버렸지만
그시절의서귀포는
이렇게기억속에남았습니다
참멀리에와있는당신과나
그푸른날을
가을이라는액자에넣어
마음한켠에
가만히걸어둡니다
내내목을빼고
머리는제주를향하여있습니다
지금이라도김포비행장에서
불긋한젊은복장을하고
하늘위를날아오르고만싶습니다
그곳서귀포에가면
당신을만날수있을까요?
내젊은날이
오도마니앉아나를기다려줄까요?
아니예요
아니예요
당신은하마나를잊었을거예요
이렇게멀리떠나왔는데
나를기억이나해주실려구요
눈을감아당신을부르는데
눈물젖은속눈썹위로
무지개가살포시떠오릅니다
참멀리에와있는당신과나
그푸른날을
가을이라는액자에넣어
마음한켠에
가만히걸어둡니다
언제나그리운
서귀포
당신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