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내늙은아내

-서정주-

내늙은아내는
아침저녁으로

내담배재떨이를부시어다가주는데,
내가

"야이건

양귀비얼굴보다도곱네

양귀비얼굴엔분때라도묻었을텐데?"
하면,

꼭대여섯살먹은계집아이처럼
좋아라고소리쳐웃는다

그래나는
천국이나극락에가더라도

그녀와함께
가볼생각이다.

05:30分

침대에서빠져나와

현관문을살며시열고서

새벽안개가득한한길로나서다

24시편의점불빛만명멸하는

새벽길

아이스케잌한상자를

가슴에안는다

차가운상자를

가슴에품어안으니참따스하다

06:15分

안방으로들어

잠든안해손을슬몃이끌어

거실로나오다

촛불을밣혀놓고

축하를해주면서내마음을전하다

06:30分

치매에깊이드신노모님을보살피느라

심신으로고달픈안해에게

고맙고미안스러운마음

쉰일곱해의

생일

새벽아침

고요로운마음으로

축하를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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