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아름다운 이야기
요즈음이책읽기에좋은계절이다

봄에는마음이먼저꽃가지에구름처럼부유하여

책에마음이머물지못하고

가을이면눈길이먼저울긋불긋산으로올라가면서

독서의계절이무색해진다

이즈음의

눈이내려사방이고요로운때

출근해서는조금이라도한가한시간이되면

또는

퇴근해서는넉넉한고즈넉함으로

스텐드불빛하나밝혀두고

서책을하는저녁

루쉰의정신세계를만난다

수많은아름다운사람과아름다운일은

하늘의구름처럼얼기설기얽히고

유성처럼날아가면서끝없이펼쳐지기도한다

나는마치자그마한배를타고

그늘진산길을지나가고있는듯싶었다

양안에는

아구나무,새곡식,들꽃,닭,개,수풀과마른나무,

오두막,탑,절,농부와아낙네,시골여자,말리는빨래,

스님,도롱,하늘,구름,대나무…들이보이고

그것들은저마다맑고푸른강에

그림자를드리우고있었다

노를저을때마다물결이노에부딪치며반짝이는햇빛을반사하였고

물속에서는수초와물고기떼가따라서흐느적거렸다

물에그림자로비낀물체들은흩어지지않는것이없고

흔들리면서늘어나고뒤섞이기도한다

또금방뒤섞였다가도주춤물러서면서

원모양으로되돌아가기도한다

가장자리는여름날의구름테두리처럼들쑥날쑥하고

그테두리는햇빛에둘리어수은같은빛발을뿌리고있다

내가지나온강들은모두이러했다

지금내가보고있는이야기도마찬가지이다

물속은푸른하늘이바탕이되어

모든물체는죄다그위에하나로뒤얽혀영원처럼생동하고

영원처럼펼쳐져서나는그그림의끝을볼수없었다

강가의죽은버드나무아래에는

시골처녀들이심었는지접시꽃몇그루서있다

커다란빨간꽃송이와빨간점박이꽃송이들이모두물속에둥둥떠다닌다

갑자기부서졌다가길게늘어나기도하면서

물을갈래갈래연지빛으로수놓지만

빛무리는없다

오두막,개,탑,시골아낙네,구름…들도

둥둥떠서흐느적거린다

송이마다길쭉하게늘어나던큰빨간꽃들이

이때는죽죽찌를듯이치닫는붉은띠로늘어난다

그띠는개와뒤섞이고

개는흰구름과속으로뒤섞여들어가고

흰구름은시골아낙과뒤섞이기도한다

……

어느순간

그것들은또움츠러든다

하지만점박이빨간꽃그림자도

어느새부서지고늘어나면서

탑과시골아낙네와

개와오두막과구름속에뒤섞여들어간다

이제는내가본이야기가똑똑해진다

아름답고우아하고재미있고그리고분명해진다

푸른하늘위에서는수많은아름다운사람들과

아름다운일이있고

나는빠짐없이보고있고모르는것이없다

나는그들을지켜보고싶다

……

그들을한창지켜보고있을때

갑자기놀라눈을떠보니

구름송이가일그러지고뭉개져있었다

마치누가강물에큰돌을던진듯싶었다

불시로물결이일면서그림자들을갈기갈기찢어놓았다

나는무의식간에덴겁하여바닥에떨어지려는

[막배우기시작되던이야기]를잡았다

눈앞에는아직도무지개빛그림자조각들이

점점이남아있었다

……

나는이아름다운이야기를너무너무좋아한다

아직흩어진그림자가남아있을때그것들을되찾아오고

그걸완성시켜간직하고싶었다

나는책을버리고몸을일으켜붓을들었다

그흩어진그림자들이

언제있었냐싶게

등불은어둑어둑하였고

나는그작은배에있지않았다

하지만나는

그아름다운이야기를언제나기억하고있다

이어두운밤에…

-1925年2月24日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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