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BY glassy777 ON 12. 22, 2012
희뿌연눈안개가창밖을덮은
휴일의아침나절
안해는고향친목계모임에가고
엄니는요양병원에계시고
올해송년모임은모두취소하고
조용히엄니에게로향하기로마음을정리했다
안해를터미널까지바향하고올라오다가
도서관에첫대출자로책을옆구리에끼고나오는데
눈발이히끗히끗분분하다
엄니앞에
눈물숭숭빠뜨리던
작은누이는인천공항을날아올라
멀리씨애틀로날아가고
엄니만남으셨다
사는게참부질없다
아둥바둥몸부림을치다가는허무하게세월만보내고
남는것은빈주먹과허공뿐인것을
왜이리도분주히살아가야하는것이런고
아서라
말어라
나는세상과등지고앉아
책읽기무아지경으로나들으려니
외롭고높고쓸쓸하게살다간
백석평전
새벽에홀로깨어
최치원선집
발상의전환과느림의시학
엄창섭作
눈이올려나
비가오려나
잘가라
씨애틀의잠못이룰사람아
고요히
김소월의시한소절을읊조려본다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차마잊지못할때러라
만나서울던때도그런날이오
그리워미친날도그런때러라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홀목숨은못살때러라
눈풀리는가지에당치맛귀로
젊은계집목매고달릴때러라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종달새솟을때러라
들에랴,바다에랴,하늘에서랴
아지못할무엇에취할때러라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차마잊지못할때러라
첫사랑있던때도그런날이오
영이별있던날도그런때러라
우째눈앞으로
눈발이분분하더뇨?
잘가라
이승에서는만나지지못할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