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희뿌연눈안개가창밖을덮은

휴일의아침나절

안해는고향친목계모임에가고

엄니는요양병원에계시고

올해송년모임은모두취소하고

조용히엄니에게로향하기로마음을정리했다

안해를터미널까지바향하고올라오다가

도서관에첫대출자로책을옆구리에끼고나오는데

눈발이히끗히끗분분하다

엄니앞에

눈물숭숭빠뜨리던

작은누이는인천공항을날아올라

멀리씨애틀로날아가고

엄니만남으셨다

사는게참부질없다

아둥바둥몸부림을치다가는허무하게세월만보내고

남는것은빈주먹과허공뿐인것을

왜이리도분주히살아가야하는것이런고

아서라

말어라

나는세상과등지고앉아

책읽기무아지경으로나들으려니

외롭고높고쓸쓸하게살다간

백석평전

새벽에홀로깨어

최치원선집

발상의전환과느림의시학

엄창섭作

눈이올려나

비가오려나

잘가라

씨애틀의잠못이룰사람아

고요히

김소월의시한소절을읊조려본다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차마잊지못할때러라

만나서울던때도그런날이오
그리워미친날도그런때러라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홀목숨은못살때러라

눈풀리는가지에당치맛귀로
젊은계집목매고달릴때러라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종달새솟을때러라

들에랴,바다에랴,하늘에서랴
아지못할무엇에취할때러라

눈들이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차마잊지못할때러라

첫사랑있던때도그런날이오
영이별있던날도그런때러라

우째눈앞으로

눈발이분분하더뇨?

잘가라

이승에서는만나지지못할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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