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꼬랭이

안해가좋아하는물국수를

집에서직접만들어준다고달그락딸그락

군침을삼키면서언제나국수가

다되나목을빼고주방쪽을흘끗거리며

책을읽는데

책에서자꾸눈길이벗어나

눈길에차가미끄러지듯주방에가서

눈길이자꾸만처박힌다

어린날에작은누이랑

시원한마루바닥에서국수그릇에다가

고추장을한가득풀어서

할부지나할무니한테혼날까봐후딱마루끝으로

나앉아뜨거운국수를후룩,후루룩,먹다가

고개를들어보면오동산이다가와

마당화단가로내려와있었다

엄니가윗방에서

국수를하는저녁에는

뒷문으로노루꼬리같은겨울햇살이

가득히샛노랗게문창호지로비춰들어

문창살과처마아래

길다랗게고드름그림자가어리곤하였다

윗방수수깡동가리에서고구마를꺼내다가

안방화롯가에앉으면할무니가인두로화롯불을움퍽하게만들어

고구마를넣고묻어놓고다독다독해놓고

뜻도모를이상한옛노래를흥얼리시면서고구마가익기를기다리면

자애로운눈길로얼굴을쓰다듬어주시다가

자꾸등까머리가가려워긁을적에웃통을훌떡,벗겨서

속내의를뒤집어봉제선을따라허옇게기어다니는

서캥이를잡아주셨다

다음차례인작은누이옷까지

이를잡고날즈음이면

달착지근한고구마익는구수한냄새가

방안가득퍼지고

인두로꺼내다가봉당에으로옮겨서

껍질을대충벗겨서들어오면

사랑방할아부지께하나

윗방국수를만드는엄니께하나

그리고할무니한개

주막거리로술추렴가신아부지것은신문지에싸서이불에묻어두고

우리는제일작은꼬마고구마를하나씩받아들고

뜨거워서호호불어대며빙빙돌려가며아껴서먹었다

까뭇하게탄부분의샛노란부분이제일맛나서

아껴뒀다가제일늦게먹어치우고나서

윗방으로올라가면

국수판이학교운동장만큼요슬같이커지고

그위에밀가루와노란콩가루를더뿌리고나면

또더둥그렇게펼쳐져서벼름빡에닿을지경이되었다

그다음으로착착종이접기를하듯

예쁘게접어서길다랗게해놓고는부엌칼로썰어가시면

그때부터누이와난

몸이달아서칭얼거리기시작하였다

"엄니,국수꼬랑지냉겨줘유."

"……"

"엄니,쬐끔만냉겨줘유.고쿠락에구어서먹게유.야?"

"안된다.식구들저녁꺼리를씨잘데없이먹어서야쓰것냐."

"흐엉!~엄니,딱한번만유."

"……"

"국수꼬랑지만큼누야하구나하구덜먹을께유."

"옛다,담부터는칭얼대지말거라."

"야..알았시유."

엄니가남겨주신국수꼬랑지를들고부엌으로가면

할무니가가마솥에국수물을끓이고계셨고

그옆에서국수를아궁이에슬몃펴서넣으면

뽕그랗게노릇노릇익어갔다

얼른손으로끄트머리를집어

부엌바닥에팽개치듯꺼내서집어들고

마당으로나가작은누이와나란히담벼락에서서

야금야금맛나게먹으면

초가지붕위로뜨던초저녁별

*

안해가정성들여만든물국수는

유년의어느저녁고추장을시뻘겋게풀어서먹던

그물국수맛과거의가까운

환상의국수를먹으면서

속으로할무니를불러보고엄니를불러보다가

안해와엄니계신요양병원으로문안을갔다

세상천지간에눈이쏟아지는지

국수꼬랭이가아궁이에서시커멓게타서연기와냄새가

부엌가득퍼지는지

아무것도모르시고허공으로눈만짚으시는

엄니를바라보다가

대롱으로내려가는휘멀건죽만드시고

며느리가만든이렇게맛난국수도드시지못하시고

누워만계신다.

집으로돌아와

엄니자리만빠진

지난크리스마스에못먹고

남겨둔초코케잌을먹는데아무래도

어린날에엄니가남겨주신

국수꼬랭이맛만훨못하여

수저를놓고야말았다

엄니,

언제나국수꼬랭이맹글어주실테유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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