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회상] 엄마야 누나야

내어깨동무들아,

내얘기한번들어볼래?

사람이

한생애를살아가면서

한번도우여와곡절겪어보지않는사람이

그어디있겠니

살다가

살다가

한때아주힘든한시절이있었지

그힘든고갯마루를

죽어라

죽어라

죽을힘을다해넘어가고있었더랬어

그때말야

어느날나를

울엄니가당신방으로날조용히부르시더라?

그러시더니소곳쟁이에서

무얼꺼내시는데

한참만에내앞에꺼내놓은것이무엇이었는지아니?

여자들

화장할때사용하는

하얀거즈손수건에옷핀을질러서

단단하게싸서옹쳐매놓으신

꼬깃꼬깃한지폐

삼만이천원였어야!

아이구야,

나는그냥어린애마냥

엄니무릎에엎어져눈물콧물쏟으며엉엉울었어

군대제대하고

철들어성인이된후로

처음훔씬울었어야

지금은

씨애틀로이민가서사는

작은누이가샤니빵공장에다니며

내학비를대주고선에

정작자신은초라하게시집가던날

그저녁

그리고

엄니가이렇게

용돈을내놓으셨을때

두번을펑,펑,울었어야!

작은누이가이번에

한국들어왔다가

엄니앞에통곡하듯울고출국하던날

인천공항에서비행기에오르기전에

전화를넣어더라

갑자기

잊혀질뻔한작은누이냄새가전화기저편에서

풍겨오는것이아니것어?

왜동무들도알쟈?

곰보빵이라고

뭐샤보로빵이라고불르더라만

그당시에는걍곰보빵이라고불렀어야

누이가

한푼이라도더벌어볼요량으로

밤샘야간작업을하고선에

새벽길을걸어서달동네같은자취방으로올라오는길을

허기가잔뜩져서올라와

부엌겸연탄아궁이가있는허름한집

장지문짝문지방에쓰러지듯누우면

구수하게누이옷에서

그예의곰보빵냄새가진동했어

그러면나는마당구성땡이수돗꼭지를틀어놓고

물만벌컥,벌컥,마셨어

그러다가어떤날은

쉐타앞이불룩해가지고만면에웃음을머금고

산비탈을올라와서는나를부르는소리가

한길에서부터나는날이면

빵모양새가못난곰보얼굴마냥

불량품에파지가난빵을너더댓개를가져오는데

그것도봉급날이면몇푼을공제한다고

많이도못가져왔어

하지만그것을가져오는날은

그기막힌맛에내뱃속이환장을하는것이아니것어?

글쎄시방생각해도

두살터울인작은누이는또얼마나먹고싶겠어

근데이철모르던못난이동생은

허겁지겁앉은자리에서후딱

게눈감추듯먹어치우고나면

그곰보빵에서부스러기가엄청많이떨어진다?

그러면작은누이는

자기는공장에서빵만들며많이먹었다고

극구사양하다가는

방바닥에흩어진빵고명인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꾹,꾹,찍어가며입으로가져가곤했어야

지금생각하니빵만들며어떻게빵을먹겠어

날다먹이려는순거짓말이었지뭐여

인천공항에서

서로목이메어서말을잇지못하다가

한동안침묵이흐르는데

그예의곰보빵냄새가풍겨오는것이아니것어?

글쎄목이막혀서

잘가라는인사도제대로못하고선에

그냥보냈지뭐여

오늘엄니한테가서는

엄니한테그때받은돈을갚을요량으로

엄니손을펴보는데

글쎄

엊그제까지만해도손잡는힘도꽤쎄셨는데

어제부텀맥이탁,풀리셔서힘이하나도없으시지뭐여

인쟈평생가야

엄니돈을갚을길이영영없어졌어

작은누이가서울삼양동작은매형한테

시집가던그저녁부터

달이휘엉찬산잔등이에앉아

나혼자못먹는술을잔뜩먹고

밤하늘을올려다보며

[엄마야누나야]이노래만연속해서불렀어야

그리고

이한해가기울어가는세밑에서

시방이노래를나직나직불러봐야

엄니와씨애틀작은누이에게들려주고픈노래여

엄니를편히보내드리고싶어

내가이노래를엄니귓가에대고불러드리면

오늘낮에요양병원에서마냥

눈가로또로록,또눈물을흘리실까몰러

흑,

vararticleno=”6885420″;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