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길
BY glassy777 ON 1. 5, 2013
엄니께로향해진마음으로
열흘이가도록먼저대출한책을
다읽지못하였습니다
해서
3일연장을걸어놓았다가
다읽고서도서반납하러
도서관가는길
오늘이대한이가소한이집에놀러왔다가
얼어서죽었다는소한추위를
아침나절에하더니만오후가되어
포근포근해졌습니다
오래간만에홀가분한마음으로
책을옆구리에끼고도서관
언덕배기를오릅니다
석양이곱게지는
도서관마당에서의저녁풍경이
고즈넉하니아득해집니다
잠시걸음을멈추고언덕저편의
그리움에게새해안부를
혼잣소리로해봅니다
도서관뒷창으로
울아파트가보입니다
이렇게지척에도서관이생겼다는것은
내福이지싶습니다
도서반납과대출이이기계에서
회원증으로죄이루어집니다
오늘은고장이났는지사서가나서서
수속을밟아줍니다
왜책과나를번갈아서보고다시바라보곤
또바라보는지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내얼굴과몸에서
책냄새가났는가모릅니다
생선싼종이에서는비린내가
향싼종이에서는향냄새가난다고했습니다
우리는각자의몸에서
어떤냄새를품어살아가야만행복한것일까요
도서검색으로
유치환,서정주,박두진을쳐보지만
아직시골소읍의신생도서관이라서인지
모두가검색이되질않습니다
창구사서에게문의하니
그예의예산이문제입니다
지자체의예산이란것이뻔한것이기에
뭐라할말이없습니다
그래도기형도시인의책한권을
서가를눈으로훑어가다가
811번둘째칸에서만났습니다
얼마나반갑던지요
바깥은추운칼바람이불어도
이곳도서관에는독서하는사람들의온기로
훈훈한풍경을보여줍니다
고얀히내가포만감으로행복해지는풍경입니다
중학생몇넘들이
목례를해옵니다
이름을하나씩호명하면서
다가가등을토닥여칭찬을해줍니다
여학생한넘이
[알프스소녀하이디]를읽습니다
잠시책을넘겨받아들춰봅니다
맑고맑은산골짝알프스의기운이책장갈피마다에서
코끝을스쳐지나갑니다
사서아가씨의친절하고도정중한배웅을받습니다
참기분이좋은저녁입니다
책을만나러가는길이
꼭아름다운처자를만나러가는길마냥
설레임이이는것인데
보태어
이렇게사서아가씨의친절을만나는일이
참사소한일이지만행복해집니다
도서관에오려고
멀리자연부락에서예까지자전거를타고온넘이
바들말에사는누군지짐작이됩니다
그넘이새삼스레또예뻐졌습니다
내중학교시절
책을빌리러시오리읍내까지걸어가서
친구에게서책을빌려돌아오던
눈덮인그길이생각납니다
그사춘기
중2겨울방학에만났던책들이떠오릅니다
[테스][여자의일생][빙점][삼국지]
그리고
정갈한만화책단행본[어머니]
그만화책이어린가슴을어찌나따뜻하게뎁혀줬는지
지금도대략적인내용이기억됩니다
그거창하지도
철학적이지도않은만화책한권에서도
어린가슴가득
孝의가르침을받았습니다
이저녁도서관에서
그중2의겨울방학에세계문학전집에
푹파뭏혀숙제는뒷전으로미뤄두고
낡은케이스에담긴전집을보자기에싸서산길을넘던
그겨울방학의하얀눈세상이눈앞에다가섭니다
좋은책은당신을바른길로인도합니다
제가
평소생각하는
책에대한관념입니다
저기보이는3층도서관넓은창에잇대여
독서대책상이배열되어있습니다
어느주말인가
백선엽장군의전기를
6.25동란의사진들과함께읽었습니다
마구심장박동수의간격이좁아졌다가는
이름없는산능선골짜기에서죽어간학도병과
그어머니의밭고랑처럼주름진오열을보면서
한숨을쉬기도하면서이민족의비극과살육전으로
치를떨기도하다가식사도잊고폐관시간까지앉았을적에
上,下권의두꺼운백선엽장군의회고록에서눈을떼고
서산을넘는황혼에눈을얹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깊어지는생각이
바른역사관의정립이필수적이여야하거늘
요즈음교과서의변천과정에서그것이철저히배격되어지는
것에대한우려와노파심이점점높아만가는것이었습니다
지게에다쌀세가마니를지고
곳간을나왔습니다
이양식이면한열흘은풍족히배가부를것입니다
눈길을걸어가면서옆구리의책의감촉을
새삼재삼촉각을세워더듬어봅니다
아직
책을읽지않았어도
벌써책의기운이제몸을감싸고도는것이었습니다
집으로돌아오는길
하나둘켜지는가로등불빛아래
아파트담장으로장미넝쿨이늘어섰습니다
어여따순계절이왔으면좋겠습니다
읍내사진관에서어머니영정사진을다만들어놨다고연락이왔습니다
아파트담장으로빨간장미꽃이만발했던5월의어느날
어머니와함께팔짱을끼고미장원가던길이
갑자기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