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읽는 저녁

창밖을떠돌던겨울안개들아

그가그러고있는동안

창밖의세상으로는눈이내렸다

눈은하염없이내렸다

바람이불때면

순간순간눈은그가서있는창으로달려와

판화처럼어렸다

창에어리는눈처럼그의마음에그녀가어렸다

장님처럼나이제더듬거리며문을잠그네

가엾은내사랑

빈집에갇혔네

그녀가없는빈집의창은어두워졌다

빈집을뒤로하고

고개를떨구는그의내부가

빈집만큼어두워졌다

밤이되면서부터내리기시작하는눈

빈집의문을잠궜다

기형도의시를대할때면언제나한숨이다

그의시에는항상어둠이나안개가자리잡고있으며

그가찾고자했던희망도숨겨져있다

이시는기형도가죽기직전인1989년[현대시세계]봄호에실렸다

詩에는그의지금까지의고민이고스란히담겨있으며

친근했던대상들이정리되고있다

그가애정을가지고대해왔던친근한대상들과

헤어지려는모습이담겨있다

다시돌아갈수없으리

흘러간다

마음한자락어느곳걸어두는법없이

어디로흘러가느냐

공중에는

빛나는달의귀하나걸려

고요히세상을엿듣고있다

달은나를알고있다

어떤땐흙보다도더힘들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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