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콩나물

새벽녘까지서책을하다가

물을마시려고

주방으로다가서니씽크대에무언가덮여있어

열어보니콩나물이자라고있었다

어찌나앙징맞고귀여운지

한참을들여다보았다

유년기의새벽은

안방윗목에놓인콩나물시루에덮인

군용모포를거둬내시고

어머니가바가지로물을주시면

그물쏟아지는소리에눈이떠지곤했다

눈이말똥말똥해져서

어두운천장만올려다보면

벽지무늬를따라이리저리상상의나래를펼치다가

부엌문짝이끼이이익!열리는소리가나면

할머니품속에서빠져나왔다

어머니가질화로에청국장투가리를얹어들여오시는데

어머니의행주치마에서겨울바람의청랭함이

코끝으로끼쳐오곤했다

화롯가에할머니와앉아

청국장에들어간깍뚜기를성냥개비로건져내

입속에넣으면입안가득퍼지던허기

창호지쪽유리로바깥을내다보면

온통하얀눈세상

신나게놀기만해서

방학숙제를한장도못했다

이제노루꼬리만큼남은겨울방학

방학책을꺼내꼭두새벽에화롯가에배를깔고엎드려

방학숙제를하는유년의새벽

아,

오늘아침에는콩나물국을

먹을수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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