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며는
BY glassy777 ON 1. 28, 2013
엄마,
오늘은햇살이제법맑았어
사무실에서의자를창아래까지옮겨앉아
이해인수녀님의산문집을읽다가
매일같이기도를드리던엄마를생각했어
나는이렇게햇볕이환하게들어오는사무실에있는데
엄마있는그병실에는햇볕한줌들어오지않아어찌하누?
좀이른퇴근을하면서엄마가보고파서달려갔지뭐여
헌데엄마는꼭어린간난쟁이옹알이를하듯
오물거리는엄마입모양만바라보다나왔어
왜둘째자식도잊어버린거야
엄마가끝내그러면나진짜섭섭해
병원간판은이리도화려한데
울엄마병은어찌고치지도못하누?
쳇!!!
해거름이아직먼데
이곳은왜이리벌써어둑컴컴한거야
아직도입원하는그날의집중치료실에서병실로올라가지도못하고
엄마는도대체얼마나아픈겨
말도잊어버리고오물거리는입모양만보여주고는
당최뭔말을하려는것인지도모르겠고
엄마는나뻤어
엄마,
빨리봄이왔으면좋겠어
엄마를휄체어에태워서내가밀어드리면참좋겠지?
뒤뜰이참넓고유실수들이얼마나많은지몰러
엄마도복사꽃살구꽃좋아하지?
엄마가맨날기도드리던성모상도뒤뜰에계셔
성모상을끼고모퉁이를돌면
바로구릉으로이어지면서어느수녀님의묘역이있는데
조경을참아름답게해놨거든?
엄니가보면참좋아할겨
봄이오며는
저길을엄마랑함께걷고싶어
엄마에게불러줄노래도많이준비해놨어
동요부터시작해서옛노래며
또엄마한데배운정선아라리까지
요즘운전하면서자동차안에서소리높여연습한다?
요세파수녀님묘역이여
엄마보담두세속나이가한참아래이셨네
참행복한하늘나라에계신수녀님이신가봐
묘역이참정갈하니깨끗하네
봄이면묘역입구연산홍부터시작하여온갖꽃들이피어날꺼구먼?
엄마,좋지?
응?
저조봇한오솔길을엄마랑휄체어로함께
거닐어본다고생각하니
맨날어두운병실에만있는엄마와의데이트
생각만으로마음이한결가붓해져
이제날이저물어가네?
엄마같이불편하셔서병실에입원하신분들이
갑갑하신지베란다로나오셨네
엄마도빨랑나아지셔서병실로올라가야지되지않겠어?
날씨가썸썽한데나오셔서
마당과앞뜰을내려다보시네
엄마나저분들께서도
성모님의자애로움가운데건강의축복으로
넉넉히충만들하셨으면참좋겠어
엄마,
나알어?
엄마아들둘째여
오늘도몰라보고자꾸간난쟁이같은표정만하구선..
엄마
나뻤어
진짜나뻤어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