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떠난 친구

선영을다녀오는길에

먼길먼저가버린친구무덤을찾아

막걸리한잔따라주었습니다

고향옆집에살았던

한살아래였던주열이는

9년전에저세상으로가면서

질화로같이변해버린낯빛을하고

삶을포기하고내려온고향마을집에서

문을열고바깥풍경만바라보는날들이었습니다

찾아간내게

눈물만펑펑쏟으며

황소같이눈만껌벅이며말이없었습니다

무슨말을하려는지

유년기를함께보낸친구이기에

짐작으로알아차렸습니다

서울청량리어느병원에서

엠블런스운전기사로일하며만난간호사출신제수씨가

친구옆에지켜줄뿐

마지막가는길이쓸쓸하기그지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친구를보고돌아오고는

나흘후에

그의부고를받았습니다

함께뛰놀던

높은봉우리라는고향마을지명따라

그친구의선산인그곳높은봉우리에그를남겨두고

꽃상여를태우고돌아서던그봄날이

이렇게또속절없이돌아옵니다

그친구를조상하며

막걸리잔철철히넘치도록부어주고

몇몇동창들이정성모아세워준검정대리석

작은묘비를손으로쓰다듬어주었습니다

친구여,

흑백필름같이낡아가는세월속에

부디안녕히잘계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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