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저편 (2)

때는봄날이라서

가마타고가는길가로

복사꽃능금꽃이흐드러졌고

앞에는말타고흔들리며가는젊은남자가

내신랑될사람이라는데뒷모습만보이고는

얼굴한번보지를못하고시집을가는구나

흔들리는호롱불아래

잠시본얼굴은이목구비가시원하니

잘생긴청년이내신랑이란다

누가나를흔들어깨우는데

눈을떠보니꿈속의젊은남자를닮은안경을쓴이가

나를엄니라고부르며자꾸만흐느껴운다

그렇구나

내둘째자식이구나

내가이렇게쓰러져누웠으니

자식인들그마음이좋을까마는

내나이이제살만큼살았으니하느님곁으로어여갔으면좋겠다

그저아프지만않았으면좋으련마는

신랑을닮은둘째자식이내머리카락을쓸어올리며

눈물로흐느끼면서얼굴을내볼에다비빈다

꿈속에원삼족도리아래연지곤지바른얼굴위로

철철히흘러내리던그눈물이

바로이둘째아들이흘리는눈물이었구나

울지말거라

이게어디네탓이더냐?

모두가하느님뜻이리니울지말거라

다시혼미한잠속으로빠져들려는데

자꾸숟가락으로떠넣는흰죽이

입술을타고목젖을적신다

봄이다

가을에일년치쇠경을받아고향으로갔던

송삼이일꾼이다시돌아와

사랑방에괴나리봇짐을풀어놓고는

내게공손히허리를굽히는데

얼굴화끈거리게부끄러워얼른부엌으로

숨듯뛰어들어왔다

노랑저고리와남빛치마를입은지벌써보름여가지나갔다

얼결에떠나온장산골내친정집이

꿈마다보이는데

갈수없는마음이외롭고슬프다

의사인지간호사인지모를사람들이

침대로와서나를들여다보고는한참뭐라고중얼거리는데

강물소리에섞여왕왕거려도통알아듣질못하겠다

설핏들었던잠에서

눈을떠보니희뿌연형광등불빛이먼저들어온다

이곳이어디더냐

얼결에떠나온내집에가고싶다

하지만몸땡이가도통움직여주질않으니가고파도

인쟈갈수없는집이되어버렸다

20년긴세월을잊고살았던

강건너저편

애들아버지가꿈속에보인다

서울에다치과를낸다고전답을반이상을팔아

올라간지여섯달이흐른연후에고향이라고내려온신랑

그후로자주술냄새를풍기며늦은밤에만

집으로들어와자고는새벽이면또어디론가나가곤하는

야속하디야속한신랑

호된시집살이는끊임이없고

일꾼셋에당숙까지삼시끼니를해대려니

허리가휠지경인데밤이면바느질감이

반짇고리로수북히웃목에쌓여나를기다린다

호랑이보다더무서운졸음이자꾸만덮쳐오는데

아랫목에서질화로를끼고앉아나를감시하시는시어머니의매서운눈길이

북풍한설같이싸늘하게몰아친다

신랑은바깥으로만돌고

일은태산을넘고넘어숨이막힐지경인데

누가나를생각해주고위해줄것인고

견디기힘든이외로움을어이한단말인고

눈을떠보니

점심때가조금지나가는지

고요하기만하다

누가곁에있으면좋겠굼서나

이영문도모를막막한마음을누가있어

이야기라도해주면좋을것을…

내한평생은

이렇듯홀로견뎌내야만하는외로움의연속인가

저녁판에둘째아들이퇴근하여달려왔다

옆에는또모르는어제그여자가함께왔는데

눈이벌개져서닭똥같은눈물을쏟는둘째와나란히침대맡에서

나를내려다보면서펑펑운다

아,

나를보고울어주는사람이있다니

조금은마음이덜외롭다

졸음이쏟아진다

잠속까지쫒아오는이강물소리는

도대체무슨조화인지모르것다

이상하게혀가자꾸말려올라가는느낌이다

입안이불에덴것같이화끈거리며

머릿속이텅텅비어가는이느낌은무엇이란말인고

내일은시집재산인방앗간에나가

묵은쌀을빻아쌀광항아리에채워야하는데

시아버지옆에서신랑몫의일을내가거들어야만하는데

자꾸만어릿어릿하니몸이왼쪽으로거꾸러지듯

이렇듯기울어만가니어쩌면좋단말인고

……

요양원이라는

이낯선곳에서

며칠이지나갔나모르겠다

낮부터왼쪽손이자꾸떨어진다

거기다머리가뽀개지듯통증이밀려오는데고통이이만저만이아니다

애시당초부터나혼자였다

매순간마다홀로견뎌내야만하는것이내숙명이었나보다

다시눈을감았다

눈앞으로모내기를막마친친정동네가다가선다

짐짓몸의통증이멀어지면서

아뜩하니잠이밀려온다

나는안다

시집와서그토록그립던친정집에갈수없었던것과마찬가지로

새색시적그때나시방의내처지나

별반다르질않게되어버렸다는것을…

경황없이얼결에떠나온내집이

강건너저편으로

꿈속에자꾸만보이는데

이렇게돌아갈수없는마음

가슴출렁외롭다

때는봄날이라서

가마타고가는길가로

복사꽃능금꽃이흐드러졌고

앞에는말타고흔들리며가는젊은남자가

내신랑될사람이라는데뒷모습만보이고는

얼굴한번보지를못하고시집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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